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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원화, 국제결제 비중 20위 못 드는데…‘기축통화’ 두고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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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축통화국’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적정 국채 발행 규모를 논의하던 중 “기축통화국과 비(非)기축통화국 차이를 아느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문에 “당연히 아는데 우리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정도로 경제가 튼튼하다”고 답했다.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는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를 뜻한다. 국제적으로 통화 신뢰성이 높으면서 충분한 유통량을 가지고 있다. 무역 거래에서 결제수단으로 통용되는 미국 달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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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부채비율 순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축통화국은 발권력을 활용해(돈을 더 찍어내) 부채를 갚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많아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 후보는 “우리도 기축통화국 편입 가능성이 높다”며 국채 발행 여력이 더 있다고 주장했고,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런 주장에 의문을 표하면서 국채 남발에 우려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 후보 발언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자료는 『원화의 기축통화 편입 추진 검토 필요』라는 제목이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전경련은 이 자료에서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SDR은 기축통화에 대한 교환권을 뜻한다. 필요할 때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의 5개 통화와 교환할 수 있다. SDR 바스켓은 달러·유로·위안·엔·파운드로 구성돼 있다. 현재 편입 비중은 달러화 41.7%, 유로화 30.9%, 위안화 10.9%, 엔화 8.3%, 파운드화 8.1%다. 전경련이 제시한 근거는 ▶한국 경제의 위상 ▶IMF 설립목적과 부합 ▶세계 5대 수출 강국 등이다.

전경련의 바람대로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된다면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화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기축통화 반열에 오른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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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가 되려면 세계적으로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해당 국가의 경제력은 물론이고, 정치력·군사력까지 반영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결제 통화 비중은 달러화(39.92%), 유로화(36.56%), 파운드(6.30%), 위안화(3.20%), 엔화(2.7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는 말레이시아 링깃(0.36%),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0.28%), 멕시코 페소(0.20%) 등에 밀려 20위에도 들지 못했다.

이를 두고 22일 야권은 맹공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똑똑한 고등학생도 아는 경제상식을 모른다”며 “대선을 2주 앞두고 후보가 찰 수 있는 똥볼의 드라마 중 최고치”이라고 지적했다. 정책통인 윤창현 의원은 통화에서 “전경련이 IMF의 SDR 통화 바스켓에 원화 편입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에 썼는데, 이걸 기축통화 가능성으로 이해했다는 건 그야말로 IMF, SDR, 기축통화의 기본 개념뿐 아니라 추진, 검토, 필요라는 세 단어 뜻조차 이해하지 못한 참극”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말꼬리 잡기라고 반박했다. 채이배 전 의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고, 재정 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힘당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복지 확대 노력에 재정 건전성 운운하며 발목잡기 좀 그만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세종=손해용·심새롬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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