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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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번호 ‘02’로 걸려오는 전화는 꼭 받으세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웹 포스터가 여러 장 올라왔다. 이 홍보물에는 “중간에 전화를 끊지 말고 조사항목을 끝까지 듣고 응답하라”, “조사항목이 불합리한 여론조사는 신고하라”는 등의 방침이 담겼다. 이 후보 캠프 산하 자치분권위원회가 지지층의 여론조사 응답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업체의 전화번호가 일일이 적힌 홍보물도 이 후보 지지자 SNS에 대거 올라왔다. 여론조사업체 전화를 광고성 전화로 착각해 지지자들이 응답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 대전시당이 만들어 올렸다고 한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이를 퍼 나르며 “우리가 여론조사에 응해야 이 후보가 이긴다”고 집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확한 민심 반영이 필요하다”며 지지층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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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대세”…8~9%P 우위 여론조사 앞세운 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도 ‘여론조사 응답’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달 초부터 윤 후보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참여독려 캠페인’ 웹 포스터를 만들어 친(親)야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뿌렸다. “집 전화 또는 핸드폰 전화를 받고 ‘윤석열’을 선택하자. 끝까지 듣고 전화를 끊자”는 문구와 함께였다.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만든 '여론조사 응답 독려' 웹포스터(왼쪽)와 21일 발표된 이 후보 우세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포스터(오른쪽).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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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 후보가 이 후보에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홍보전은 좀 더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윤 후보 지지자들은 지난 20일 발표된 서울경제·칸타코리아(이 후보 32.2%, 윤 후보 41.3%), 노컷뉴스·서던포스트(이 후보 31.4%, 윤 후보 40.2%) 여론조사 등을 SNS에 계속 올리고 있다. 모두 윤 후보가 이 후보에 오차범위 밖인 8~9%포인트 앞서는 조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상승세가 분명해지자 캠프가 나설 것도 없이 지지층들이 홍보물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번엔 이 후보 지지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21일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인 1.5%포인트로 앞선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이 후보 43.7%, 윤 후보 42.2%)가 이날 발표되자 페이스북에 이를 공유하며 ‘물량전’을 폈다. 이들은 “마침내 뒤집혔다”, “모두가 간절히 애쓴 덕분이다. 이대로 쭉 밀고 나가자”며 서로를 격려하기까지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층들이 SNS에 올린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독려 웹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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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투표(3월 4~5일)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3월 3일 이후)을 불과 열흘여 앞둔 시점이 되자 양측이 격렬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백중 열세’인 이 후보 쪽이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 캠프의 본부장급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3%포인트 이상 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내부적으로는 ‘지금 밀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절실함이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전략본부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절실함으로 임한다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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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의문 커진 여론조사…“단순 지지율에 연연 말아야”
이런 신경전은 여론조사 신뢰도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특정 후보 지지자들의 집단적인 조사 참여로 여론조사 정확성이 떨어졌다”며 “일부 노년층들은 자신을 20대라고 속이고 조사에 임하는 등 연령·지역·성별 조사 신뢰도를 믿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일부 여론조사업체가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한 정치평론가)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는 “참고사항에 불과했던 여론조사가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을 주도하면서 후보들도 이를 정치선전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상당수 유권자는 정책·어젠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공약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중도층을 잡는 캠페인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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