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5] 여야, 초유의 2월 추경… ‘선거용 돈풀기’ 합심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오른쪽)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를 위해 열린 회동에서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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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1일 본회의를 열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 피해 보상 지원을 담은 17조3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약 607조7000억원)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상 초유의 ‘2월 추경’을 통과시킨 것이다. 대선을 목전에 둔 여야가 지원 대상 약 460만명을 겨냥한 ‘선거용 돈 풀기’에 합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는 “다음 임시 국회에선 소상공인 손실 보상의 대상과 폭을 더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선 전 추경 처리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던 민주당 윤호중·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본회의 처리에 합의했다. 오후 세부 조율 과정에서 증액 규모를 놓고 대립해 협상이 한때 결렬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의에 성공했다. 여아가 합의한 추경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13인 중 찬성 203인, 반대 1인, 기권 9인으로 의결됐다. 여야는 “차기 임시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 보상의 대상과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수정안은 지난달 24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을 3조3000억원 증액한 것이다. 약 4000억원은 예비비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320만명에게 지급하는 방역지원금(300만원)은 ▲작년 기준 매출이 감소한 간이 과세자 10만명과 ▲매출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 업체 2만곳 등 12만명에게 확대 지급한다. 또 현행 80%인 손실 보상 피해 인정률을 90%로 상향하는 1조3000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또 정부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약 140만명에게도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대리운전 기사·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 근로자와 프리랜서(약 68만명)에게 약 4000억원을 들여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법인 택시와 전세·노선 버스 기사 등 운수 업종 종사자(7만6000명)들에게 최대 150만원씩 지원하기 위한 예산 2000억원도 반영됐다. 이 밖에 요양보호사(36만8000명)와 가족 돌봄 비용 대상자(6만명), 장애인 활동 지원 인력(3000명) 등 돌봄 인력 관련 예산도 1000억원 추가됐다.
수정안에는 또 ▲취약 계층 600만명에게 해열제·체온계·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19 자가 진단 키트’를 약 2개월 동안 한시 지급하고 ▲선별검사소에서 일하는 방역 인력(3만4000명)에게 감염 관리 수당(하루 5만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나드는 등 코로나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추경 규모와 항목, 의결 절차 등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막판에 합의 처리로 뜻을 모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양당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유능한 경제 대통령’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강행해서라도 주초에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며 대선 전 처리를 벼르는 모습이었다. 야당 역시 대선 전 처리가 무산될 경우 ‘발목을 잡았다’는 책임론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모두 600만 자영업자의 표를 얻겠다는 계산에 재정 건전성 고려 없이 ‘매표(買票) 추경’을 한 것이란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1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앙정부의 국가 채무는 지난해 939조1000억원으로 증가해 코로나 이전보다 24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이번 추경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나 대책 없이 ‘현금성 복지 항목’ 위주로 채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당선 뒤 최대 50조원 이상을 자영업자 지원에 투입하겠다”고 공약한 터라 대선 후 2차 추경 편성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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