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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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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카드론 금리 ‘주춤’… 최대 0.83%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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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이후 매달 1%포인트(p) 안팎으로 오르던 카드론(장기카드 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난달 들어 확연하게 꺾였다.

높은 금리로 카드론을 끌어 쓰던 저신용자와 취약 차주들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이탈하면서 평균 금리가 내려갔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 행렬이 뚝 끊긴 것도 카드론 금리 인하에 한몫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삼성·우리·KB국민·현대·신한·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와 NH농협은행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1.79∼15.15%로 집계됐다. 바로 전달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7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5곳(삼성·우리·하나·현대·KB) 평균 금리가 0.15∼0.83%p 낮아졌다. 신한카드는 0.04%p 올랐지만, 1%p가 뛰었던 이전 달에 비하면 상승세가 그리 크지 않았다.

카드론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고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 대출을 조이자 계속해서 올랐다. 지난달 카드론 금리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3개월 전이었던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8개 카드사 가운데 5곳의 금리는 0.03∼1.53%p 상승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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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에 반영하기 시작하자 상황이 뒤바뀌었다. 이미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에 다른 빚을 낸 중·저신용자 취약 차주들이 급전 개념으로 쓰던 카드론을 더 이상 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DSR은 대출 심사 때 개인의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얼마나 빚을 갚을 수 있는지’ 여부를 계산하는 지표다. 카드론은 지난 2018년 DSR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이 때문에 중·저신용자 취약 차주들은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서 개인별 DSR 한도를 다 채운 다음, 카드론을 이용해 추가로 돈을 더 끌어 쓰곤 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다중채무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카드론 이용자 10명 중 6명 이상은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 대출을 잡겠다면서 금리가 다른 상품보다 훨씬 높은 카드론을 빼고 DSR을 따지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중채무자들 카드론 이용이 막히고, 고금리를 내던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카드론 평균 금리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한창 불붙었던 빚투와 영끌 열기가 한풀 사그라진 것도 금리 인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유동성 파티’에 뛰어들어 카드론 붐을 일으켰던 20·30대 이용자들은 더는 빚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층 DSR은 2020년 1분기 35.7%에서 지난해 2분기 37.1%로 시중은행 규제 수준인 40% 선에 가까워졌다. 원금분할상환을 요구하는 신용대출을 턱 끝까지 끌어 쓴 탓이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지난해 고점에 비하면 동반 침체에 빠진 것도 고금리 카드론에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지난해 카드론 증가 시점을 보면 공모주 열풍 시기와 겹치는데,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청년 층이 많아지면서 빚투용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며 “청년들은 중장년층보다 재산이 적고 소득도 낮기 때문에 연이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상환이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달이 카드론에 차주 단위 DSR 규제가 적용된 첫 달이고, 때마침 기준 금리 인상도 겹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카드론 금리가 계속 내려갈지 확답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카드론 월평균 금리는 각 카드사 별 우대금리 프로모션이나 영업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여전히 일부 카드사는 지난달에도 카드론 평균 금리가 1%p 넘게 급등했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 평균 카드론 금리는 지난달에도 각각 1.31%p, 1.25%p 뛰면서 각각 15.15%, 14.51%까지 올랐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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