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앞둔 14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전 후보의 선거운동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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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우연론=이재명 캠프의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른바 ‘이재명 부부 옆집 의혹’에 대해 “세상엔 별일 다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우연이라기엔 이상하다’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경기도 산하 공기업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이 후보의 분당 아파트 옆집을 1년 6개월 전부터 임대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연일 “비선 캠프”(이양수 수석대변인)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 뒤 우 본부장에게서 돌아온 반문. “윤 후보 아버지 집을 김만배씨 누나가 사준 건 뭐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자택(왼쪽)과 경기주택도시공사가 2020년 8월부터 '직원 합숙소'로 썼다는 2402호. 최서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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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는 윤 후보 아버지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매입했다. 당시 윤 후보 측은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그 연희동 주택 앞까지 찾아간 민주당 의원들은 “우연이라기엔 로또 당첨 급의 확률”(천준호 의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 위원들이 지난해 9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주택 앞에 서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누나는 지난 2019년 당시 윤석열 부친 소유였던 이 주택을 약 19억원에 매입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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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가 2017년 7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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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 후보의 입장은 2017년 7월의 이 후보의 말과 닮았다. 이 후보는 당시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는 말을 남겼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된 비공개 문건을 연달아 공개한 것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하자 내놓은 반응이었다. 이 후보는 “홍 대표님, 제겐 보복이 아니라 정의와 상식의 구현으로 보인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재명 · 윤석열의 달라진 말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이명박ㆍ박근혜 9년 집권 적폐 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놓았다.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국정 농단을 야기한 각종 적폐를 분석하고 공작 정치 등 특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보충 수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공약집의 도입부를 장식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이 발간한 공약집. |
③현실 감각=이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 후보 4자 TV 토론에서 한 ‘김포 2~3억원 아파트’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토론 중 “김포에 20평 아파트 2억~3억원대가 가능하다”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김재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3일 “이 후보는 김포를 가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며 “‘남다른 현실감각의 소유자’인 이 후보는 김포 시민께 당장 사과하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몰아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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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감각’은 최근까지도 민주당이 윤석열 후보를 비판하던 단골 소재였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앱으로 구인·구직 정보를 얻을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해 “구직 앱은 1990년대 말부터 사용됐다. 세상 물정을 좀 알라”(박주민 민주당 의원)는 비판을 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9일에도 “고등학교를 기술고ㆍ예술고ㆍ과학고 등으로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가 “1973년에 첫 등장한 특수목적고는 법제화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이 세월 동안 도대체 윤 후보는 어디에 있었느냐”(박찬대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고 얻어맞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공개된 유튜브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에서 고등학교 진학 시에는 학생의 관심 분야를 살려 특성화된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장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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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호남 홀대론=윤 후보는 지난 12일 전북 전주에서 “호남은 특정 정당이 수십 년을 장악을 해오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왔는데 되는 게 한 가지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의 호남 홀대론을 꺼내 들었다. 지난 16일에도 광주에서 “광주의 역내 GDP가 전국에서 꼴등”이라며 “수십 년에 걸친 지역 독점 정치가 지역민들에게 한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에서 연설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두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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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홀대론’을 이 후보가 꺼냈을 땐 국민의힘은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기 통치 구도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전라도는 소외시켰다”며 호남 소외의 책임을 박 전 대통령과 보수 진영에 돌렸다. 그러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호남의 합리적 유권자들께서 이 후보의 무책임한 지역갈등 조장 발언을 배척해 달라”며 “호남이 다시는 민주당의 가스라이팅 발언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두 후보의 주장은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발간한 ‘2020 지역별 지역 내 총생산(GRDP)’ 자료에 따르면 광주 GRDP는 41조6400억원으로 세종(12조6700억원), 제주(19조5300억원)보다 높다. 1인당 GRDP로 따져도 대구가 2396만원으로 가장 낮고, 부산(2743만원)에 이어 광주(2799만원) 순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내로남불은 정치권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이런 게 계속 반복되면 대선 후에도 정치 집단에 대한 저조한 신뢰로 국정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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