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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성희롱에 스토킹까지…사이버 범죄에 방치된 개인 방송 스트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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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너희 집 주소지? 빨리 성기 사진 보내"

#개인 방송 스트리머 김 모씨(30)가 방송 시청자로부터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그는 1년간 스트리머로 활동하며 스토킹은 물론이고 상습적인 성희롱과 욕설까지 감내해야 했다. 김 씨는 "스토커가 컴퓨터를 해킹하려고 악성 프로그램을 사진이라며 속여 보내기까지 했다"며 "일부 유명 스트리머가 아니면 대부분 일반인이나 다름없어 사이버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개인 방송 스트리머는 사이버 범죄에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개인 방송 스트리머가 사이버 범죄로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5일 트위치 스트리머 잼미(27·본명 조장미)가 악플과 루머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조 씨는 대형 유튜버 '뻑가'가 그를 향한 비난 영상을 올리며 '사이버 불링'의 표적이 됐다. '사이버 불링'은 가상 공간 안에서의 집단적 괴롭힘을 뜻하는 신조어다. 지난 3일에는 팝콘TV 스트리머 강한모나미가 시청자의 강요로 소주를 '원샷'하고 다음 날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개인 방송인을 위한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 방송을 중개하는 유튜브·트위치·아프리카TV 등의 플랫폼 자체적 보호 체계도 미흡할 뿐만 아니라 방송인 개인이 법률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개인 방송 플랫폼은 스트리머가 라이브 방송 채팅에서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거나 특정 시청자의 퇴장 및 차단 조치를 지원한다. 문제는 해당 조치가 개인 방송인을 향한 사이버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시청자와의 소통이 핵심인 개인 방송에서 금지 단어를 남발할 수도 없고, 특정 시청자를 스트리머가 차단하더라도 타인의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사적으로 스토킹을 이어나갈 경우에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개인 방송인이 사이버 범죄를 법적으로 대응하기에도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법리적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은의법률사무소의 이은의 변호사는 "개인 방송인이 법적 대응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대응할 수 없어서 상담을 왔다가 울기만 하고 돌아간다"며 "악플을 고소하려면 댓글 하나씩 고소를 해야 해서 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악플을 고소하다 보면 수임 건수가 많아지기에 변호사가 감사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자음으로 악플을 다는 경우에도 법리적 해석이 갈릴 수 있는 등 사이버 공간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적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범죄는 통계적으로도 증가 추세임이 드러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1만3천348건에서 2018년 1만5천926건, 2019년 1만6천633건, 2020년 1만9천388건으로 매년 증가했고, 2021년에는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1만7건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 방송인 '사이버 불링'을 비롯한 사이버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관련 법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17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치된 혐오 : 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장 의원은 지난 8일 '온라인폭력방지법' 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장혜영 의원은 "17일에 개최한 토론회는 온라인 폭력 대안 마련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온라인 혐오 근간에 깔린 사회적 혐오와 차별에 대해 의미 있는 논의를 시작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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