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지 않을 권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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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잊어,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만 울고, 이제 웃어'라고 재촉하던 주변 사람이 막상 제가 웃으니까 뒤에서 욕을 해요.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도 좋다며 웃는다고"
트라우마 상담가 김태경 우석대 교수가 상담한 한 피해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김 교수가 범죄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구하는 '용서하지 않을 권리'를 펴냈다.
책은 우리 사회가 자극적인 범죄 사건에만 몰두할 때,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한 김태경 교수가 마주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 사회는 범죄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 저자는 피해자를 바라보는 적정한 시선과 태도가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범죄 사건의 피해자는 지독히 운이 나쁜 경우다. 저자는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는 사회에서 피해자가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매체와 소문을 통해 들은 파편적인 정보를 토대로 너무 쉽고 빠르게 피해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는다.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그들에게 다양한 굴레를 씌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고 착각하며 피해자를 쉬운 언어로 위로한다.
저자는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는 범죄를 우리가 막을 수는 없지만 편견 없이 사건을 바라봐 주는 '작고 적당한 지지'만으로 일상을 다시 살아가려는 피해자들에게 큰힘이 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위기에 처한 피해자에게 '이제 당신은 안전합니다'라는 출동 경찰의 말 한마디, 누군가 잠시 곁을 지켜주는 것, 말없이 건네준 물 한 잔, 옷을 챙겨 입을 시간을 주는 것, 호기심에 찬 구경꾼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 등과 같은 작은 관심과 배려가 피해자들에게 '세상이 여전히 안전하며 살 만하다'는 감각을 잃지 않게 해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있다. 재판 중 관계자들의 중립적이면서도 공감 어린 말, 말할 기회와 시간을 넉넉히 주려는 태도,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변호인의 질문을 중지시키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배려 가운데 하나다.
이런 노력이 피해자에게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고, 억울함과 분노를 경감시켜 준다.
책은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인간을 고통 속에서 해방하는 것도 다름 아닌 타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 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웨일북/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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