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경부선 상행선을 따라 움직였다. 부산을 기점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를 거쳐 대전·서울로 북상(北上)했다.
이 후보는 15일 0시 부산항의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았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첫 선거운동 장소로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부산항을 택한 것이다.
VTS 방문 뒤엔 야외에 모여 있던 200여 지지자 앞에서 즉석연설을 했는데 “경제를 살리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 국민이 증오하고 분열하지 않고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과거’, 자신을 ‘미래’에 비유하며 “세상이 뒤로 되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이재명에게 기회를 달라”고도 말했다.
본격적인 유세는 이날 오전 9시 부산 부전역 앞에서 시작했다. 연단 주위엔 행사 1시간 전부터 지지자 1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김두관·최인호·박재호 의원 등 PK 지역 의원들은 파란색 점퍼를 입고 왔지만, 이 후보는 검은색 코트에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이곳에서 이 후보는 “앞으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며 “좋은 정책이라면 연원을 따지지 않고 홍준표 정책이라도, 박정희 정책이라도 다 가져다 쓰겠다”고 말했다.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왼쪽이면 어떻고 오른쪽이면 어떠냐”고도 했다.
이어 대구로 이동한 이 후보는 연설 시작부터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은 물 마시고 같은 땅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깐 반갑지 않으냐”고 했다. 자신이 동향(경북 안동)임을 앞세워 “대구·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기회를 달라”고도 했다.
쉬지 않고 대전으로 내달린 이 후보는 거리 연설을 이어갔다. “제 인생 자체가 소년공 출신으로 아무런 배경도, 지원도 없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 공약 이행률 95%를 기록했다”고도 했다. 부인 김혜경씨의 부친이 충북 충주시 태생인 점을 들어 자신을 “충청의 사위”라고도 했다.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한 윤 후보를 겨냥해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충청도에 배치해 충청도민들을 고통받게 하면 안 된다”며 “제 아내 고향인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것 말고 보일러를 놔드리겠다”고 했다.
저녁엔 서울에서 총집결 유세를 펼쳤다. 경부·호남선이 만나는 의미를 담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이 후보를 비롯해 각기 다른 지역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던 이낙연 전 대표(광주), 정세균 전 총리(전주), 추미애 전 장관(대구), 송영길 대표(대전) 등이 서울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방역 사령관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 극복과 경제 성장 회복, 국민 통합 등을 이뤄낼 지도자를 자임했다. 그는 “이재명을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은 국민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라면서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 이번 3월 9일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대구·대전=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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