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적폐 수사 운운은 윤 후보의 여러 실언 중 최악의 실언”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본지 9일자 1·8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온 반응이었다. 심 후보는 “어떤 문제가 있다면 수사 당국에서 판단해서 수사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며 “대통령이 수사 지시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아직 대통령도 안 되신 분이 적폐 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노골적인 보복정치 선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판에 발을 들이시지 않으시길 정중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초청 관훈토론회에 참석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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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 심 후보는 ‘조국 사태’, ‘민주당 2중대’, ‘세대교체론’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조국 사태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심 후보는 “조국 사태에서의 저의 오판에 대해선 그해 가을 국민께 1차 사과를 드렸고 총선 이후 제작한 평가서에 저의 오류로 기록해 정당 차원에서도 조직적으로 성찰했다”며 “여러 차례 사과드렸지만 정의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국민이 다시 신임을 주실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차이에 대해 심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은 정의당과 거의 90% 같았다”며 “하지만 그 정책에 담긴 영혼과 의지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음으로써 정의당이 내세운 가치조차 국민에게 비판받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민폐가 크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국 사태의 경우도 저의 오판도 있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촛불정부가 내세운 여러 비전을 제대로 실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선거운동 중단 뒤 복귀하면서 말한 ‘마지막 소임’의 의미를 묻자 심 후보는 “절벽을 마주하는 심정의 다음 세대 진보정치인에게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심상정, 노회찬의 진보정치 모델을 후배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며 “후배들이 진보정치를 더 멋지게 그려갈 수 있도록 정의당을 적어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는데 그 디딤돌이라도 놓는 마지막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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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세대교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마찬가지 문제”라는 답이 나왔다. 심 후보는 “20여년 동안 승자독식 양당체제에서 독자적인 기반을 갖고 버텨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단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며 “후배를 키우지 않은 게 아니라 후배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대 ‘정권 재창출’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밸런스 게임에서 심 후보는 ‘정권 교체’→‘정권 재창출’→‘정치 교체’로 답변을 바꾸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처음엔 “정권교체가 맞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국민의힘이 집권하는 것도 정권교체’라는 질문에 “제가 착각했는데 정권 재창출”이라고 고쳐 말했다. 이어 심 후보는 “저는 정치 교체가 맞다고 생각한다”며 밸런스 게임의 규칙(반드시 보기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규칙)을 피해갔다.
심 후보는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을 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매섭게 비판했다. 그는 “단일화는 수명이 다한 양당체제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며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 나서면서 양당체제를 넘어서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해왔는데 단일화 제안을 하는 진의가 뭔지 궁금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심 후보는 “현재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은 자신의 힘으로도 자신들의 근로 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협상력이 있다”며 “정의당이 굳이 대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반복된 도심 집회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심 후보는 “방역은 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누구도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며 “방역 수칙에 어긋난 점이 있다면 민주노총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도심 집회는 택배 노동자, 라이더 노동자 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방역에 큰 지장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먼저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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