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이나 사태 속 호주로 간 美외교수장… '중국 견제' 최우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中 올림픽 기간에 쿼드 장관회의… 한미일 회담서도 논의 가능성

뉴스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우려로 동유럽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 국무장관은 유럽이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부터 호주와 피지, 그리고 하와이 방문 일정에 나선 것이다.

9일 호주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12일까지 호주에 머물면서 제4차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또 그는 현지에서 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들과 각각 양자회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미 국무장관의 호주 방문은 작년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호주는 쿼드 회원국이자 작년 9월 출범한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 '오커스'(AUKUS)의 일원으로서 미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 즉 중국 견제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중엔 러시아 또한 무력행동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로 "블링컨 장관이 일부러 이 기회에 호주 방문에 나선 것 같다"는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일이던 지난 4일 베이징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올 1월 한 달 동안 탄도미사일 6차례·순항미사일 1차례 등 총 7차례에 걸쳐 미사일 쏘아댔던 북한도 올림픽 개막 당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명의의 축전을 시 주석 앞으로 보낸 뒤 열흘 넘게 무력시위를 멈춘 상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앞서 7일 우크라이나 긴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블링컨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을 택한 데 대한 질문에 "국무장관은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안전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 또한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번 쿼드 외교장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과 인도주의적 지원·재해 구호, 해상 안보, 반(反)테러리즘, 사이버안보, 허위 정보 대응, 기후 변화, 중요 신흥기술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론 이 모든 의제가 '중국의 대외 영향력 견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쿼드'가 명목상 안보동맹은 아니지만, 참가국들은 수시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8일 호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문제 대응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면서도 "중국 관련 대응 역시 여전히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12일 호주 방문 일정을 마친 뒤엔 피지에 들러 피지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 고위 인사들과 만나 FOIP를 위시한 각국과의 연대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그리고 이번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 마지막 일정으론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게 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함께하는 3국 외교장관회담엔 각국의 북핵수석대표들도 배석한다. 이 자리에선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 시사 등과 관련한 3국 간 공조 대응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측에선 3국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 이행 등 측면에서 '소극적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 중국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미국이 요구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을 사실상 '거부'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서 이 결의엔 중·러 양국도 동의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중국 문제가 우선순위"라며 "여기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북한 문제도 결국 중국과 관련된 문제'란 틀에서 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지난 1년여 간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당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더불어 중국 관련 사안들도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단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한미일 회담은) 북한이 제기한 도전에서부터 시작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매우 폭넓은 공동 의제가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