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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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뒤 한목소리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이 구상하는 대러 제재의 핵심인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양국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노르트 스트림 2는 가동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만약 러시아가 침공하면, 즉 탱크와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다시 넘으면 노르트 스트림2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끝낼 것(we will bring an end to it)"이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아닌 독일이 프로젝트를 통제하는데,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당신에게 약속하겠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11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데, 새 가스관이 개통되면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독일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나란히 서 있던 숄츠 총리는 "미국과 독일, 미국과 유럽, 나토 등 동맹이 같은 얘기를 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며,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제재에 대해 미국 등 나토 동맹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공격이 일어나면 기존에 합의한 대로 공동 대응할 것이고 러시아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 대해 침묵할 수 없고,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이 집결하는 상황은 유럽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그래서 함께 행동하고, 입장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을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를 향해 꺼내 든 가장 강력한 채찍으로 꼽히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약속하진 않았다. 숄츠 총리는 기자회견 내내 '노르트 스트림2'나 '가스관'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은 과정의 일부"라면서 "우리가 다르게 접근하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해도 된다. 우리는 함께 공동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어로 회견하던 숄츠 총리는 돌연 영어로 "우리 미국 친구들에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단결할 것이고, 함께 행동할 것이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모든 필요한 조치는 우리 모두가 함께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독일 총리가 모호한(ambiguous) 태도를 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과 숄츠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독일이 한배를 탔는지를 놓고 의구심이 제기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은 완전히 신뢰할 만하다. 완전히, 전체적으로, 철저하게 믿을 만한다"면서 "독일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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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침공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그럴 능력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가 뭘 할지는 나도 모른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러시아의 10만 병력이 단계적으로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라고 답해 외교적 해법도 아직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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