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덴마크 선생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 황모과 지음.
과거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에도 남아선호 사상으로 여아 선별 낙태가 이뤄지던 시절이 있었다. 성비 불균형은 1990년 정점에 이르러 여성 100명당 남성 116.5명을 기록했다.
소설은 1990년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란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 중지가 이뤄지던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임신중절 없이 1990년생 여성들이 모두 태어난 가상의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엉망이 되면서 시작된다. 주변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들에 대한 기억마저 지워진다. 1990년생인 주인공 채진리는 평행세계를 오가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과학 소설(SF)계에서 주목받는 황모과의 첫 장편 소설로, 한국사회의 가부장제 등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물음을 던진다.
문학과지성사. 259쪽. 1만4천 원.
▲ 백 오피스 = 최유안 지음.
에너지 대기업의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자 견제하고 협력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다.
기업, 호텔, 기획사 직원인 이들은 각자가 대표하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립하다가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한다.
일과 일터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서술은 작가가 연구원이자 회사원으로 오래 일하며 만난 경험과 취재가 있어 가능했다.
제목인 '백 오피스'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프런트 오피스 뒤에서 마케팅, 객실 예약, 행사 개최 등을 담당하는 호텔 부서를 뜻한다. 또한 어떤 일이 이뤄지도록 하는, 모든 보이지 않는 노동을 상징한다.
2018년 등단한 작가의 첫 장편 소설로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됐다.
민음사. 244쪽. 1만4천 원.
▲ = 정혜선 지음.
지리산의 한 대안학교 교사이던 저자는 덴마크의 세계시민학교 학생이 돼 삶이 변화하는 경험을 한다.
열려있는 교육 기관인 이곳에선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각자의 사회 문제를 푸는 프로젝트를 이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는 용기, 긴장을 풀고 쉬는 법, 옆 사람을 돌보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법을 함께 배워나간다.
그가 기후변화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곳이다. 지나가는 차를 보며 온실가스를 걱정하는 교사, 덴마크 풍력 발전기 앞에서 1970년대 오일 쇼크 역사 등을 접하며 기후변화 문제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는다.
기후운동가 정혜선의 첫 번째 책으로 세계시민학교에서의 배움을 기록한 에세이다.
민음사. 320쪽. 1만6천 원.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