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프롬·스베르뱅크·루크오일·우크라국채 매수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미국 공수부대원들이 수송기를 탑승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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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헤지펀드들이 지난 가을 이후 지정학적 불안에 급락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자산을 쓸어 담고 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양국 자산에 베팅하는 도박을 하며 전쟁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며 신중하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부 헤지펀드들은 저가매수를 좇아 러시아 자산으로 뛰어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심각한 군사충돌이라는 위험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베팅이다.
모스크바 소재 그롤벌펀드 발츠슈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마리안 창업자는 "전쟁이 없을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많은 고위 관리들과 대화했고 이들은 사업을 계속 하고 있다.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모두가 차분하다"고 전했다.
아마리안은 에너지업체 가즈프롬, 스베르뱅크와 같은 러시아의 대형 국영기업 주식들을 매수했다. 밸류에이션(기업평가), 배당, 높은 유가를 감안하면 이 같은 매수는 '쉬운 결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달러로 표시되는 러시아 증시 RTS지수는 지난 10월 말 이후 최대 30% 떨어졌다가 지난 한주 크게 반등하며 낙폭은 20%로 줄었다. 아마리안은 RTS지수가 더 떨어지면 더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형태의 전쟁도 러시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밝혔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SYZ은행의 차스 헨리 몬차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높은 수익을 내는 러시아 수출업체들과 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며 저가매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영국 소재 투자업체 아르고노트캐피털의 배리 노리스 CIO는 스베르뱅크, 가즈프롬, 루크오일과 같은 대형주에 매수세를 취하면서도 소형주 고밸류주는 단기적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러시아 루블의 모엑스 지수는 12개월 주가수익비율이 5로 뉴욕증시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21을 크게 하회한다. 러시아 증시가 그만큼 싸다는 얘기다. 노리스 CIO는 러시아 증시가 대형 에너지 업체의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다며 이는 "올해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국채에 베팅하는 헤지펀드매니저도 있다. 달러표시 우크라이나 국채 10년물 수익률(금리)은 9.6%수준으로 2% 미만의 미 국채 10년물 금리보다 높다. 런던 소재 헤지펀드 프로메리툼투자관리의 파벨 마마이 공동 파트너는 "러시아 입장에서 전쟁이 아니라 군사긴장 고조가 더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달러 채권은 전쟁의 꼬리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수많은 패닉셀링(공황매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의 불확실성,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가능성을 볼 때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더 강하다. 운용자산 규모 1조8000억유로의 아문디는 전쟁 같은 극단적 이벤트 위험을 보호하는 전통적 수단은 이러한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빈센트 모티에르 부CIO는 이런 위기는 "블랙스완/꼬리위험 이벤트"라며 "발생할 가능성이 아직 너무 낮기 때문에 대비하기 힘들다. 하지만 발생한다면 아마겟돈(종말)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비스투자의 댄 브로클뱅크 디렉터는 이번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신중할 이유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적 투자에서 역발상이 필요하지만 리먼브라더스 주식을 사는 것도 역발상이었고 그렇게 똑똑한 역발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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