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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7년만에 최고치 찍은 국제 유가…"올해 배럴당 100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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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텍사스주의 원유 펌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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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수급 불안정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더해지면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진 탓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원유 증산계획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제유가를 억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3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0.07% 오른 배럴당 88.2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014년 10월 7일(88.85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4월물)도 전날보다 0.35% 오른 배럴당 89.4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9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OPEC 플러스는 이날 정례 산유국 회의를 열고 하루 40만 배럴씩 원유를 증산하기로 한 기존 계획을 다음 달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8월 합의한 증산 규모를 유지했지만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지 못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은 원유 수급문제가 쉽사리 풀리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움츠러들었던 민간 소비가 회복되고, 승용차 등을 이용한 활동도 늘면서 원유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이 지난달 증산한 원유 생산량은 하루 16만 배럴로, 이들 국가에 할당된 증산량(하루 25만 배럴)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달 예멘 반군 후티가 무인기(드론)로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 시설을 공격한 데다,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등 일부 회원국의 정치적인 문제와 송유관 점검 문제로 인해 증산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원유 재고도 감소세다. 다우존스는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28일 기준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104만7000배럴 감소한 4억1514만 배럴로 집계됐다. 원유 재고가 110만 배럴가량 증가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격차가 있다. 정제유 재고도 241만 배럴 감소한 1억2274만 배럴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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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고조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국제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대 유럽 원유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WSJ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이 차단되면 하루 70만 배럴의 원유 수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긴장으로 커진 전력용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천연가스와 석탄 등을 대체하는 원유 수요에 대한 기대도 유가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난방 시즌과 맞물린 1분기 말까지 국제 유가의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환경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급 불안에 지정학적 갈등까지 커지며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에 육박할 수도 있는 월가의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올해 하반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도 올해 브렌트유의 가격이 올해 배럴당 125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타샤 카네마 JP모건체이스 상품연구 선임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명백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가격은 앞으로 12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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