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 '친 서방' 조지아와 전쟁
14년 전과 데자뷔…러, 올림픽 기간인 2월이 우크라 침공 적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관련 긴장 해소를 위한 서방과의 대화에 열려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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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우린 조지아를 침공했다"
2008년 8월8일. 올림픽 개막식이 진행되는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두 정상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었지만 둘 사이의 대화가 공개되기까지 사람들의 이목은 화려함으로 무장한 당시 개막식 현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축제 현장에서 푸틴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에게 전한 말은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다는 사실이었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 개막 시기에 그것도 자신들의 우방국인 중국이 이를 주최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다.
14년이 흘러 오는 4일 베이징에서는 다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미국에 버금가는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14년 전처럼 우연의 일치인지 러시아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며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전세계 많은 언론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올림픽 기간동안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꺼려하는 시 주석의 의중에 맞춰 러시아가 대회기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과거에 비춰 봤을때 이는 100% 확신할 수 없는 전제다.
모든 상황이 14년 전과 데자뷔처럼 흘러가는 상황에서 올림픽이라는 변수에만 의존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러시아 국방부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 훈련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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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일에 '친서방 정책' 조지아와 전쟁
러시아가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 조지아와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수년전부터 반러시아·친서방 정책 노선을 택한 조지아와 갈등이 격해지던 것이 올림픽 개막과 맞춰 터진 것이다.
2003년 장미혁명 이후 반러시아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잡기 시작한 조지아에서는 이듬해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 집권 후 노골적으로 친서방 정책을 펼쳤다.
그는 조지아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성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대외 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군사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지아는 친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고 번번히 러시아와 충돌했다.
러시아와 조지아간 긴장 관계는 2006년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시 조지아는 4명의 러시아 관리들을 억류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내 조지아 인들을 대거 추방했다. 이후 올림픽을 한달 앞두고 러시아는 조지아를 견제한다는 명목하에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에 자국 군대를 전격 주둔시켰다.
시한폭탄 같았던 러시아와 조지아간 갈등의 뇌관은 올림픽 개막 하루전인 2008년 8월7일 조지아가 남오세티아의 수도 츠힌발리를 공격하면서 터졌다. 러시아는 자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베이징올림픽 기간이었지만 조지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러시아는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군사행동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경고했다. 당시 러시아는 동유럽국가에서 나토의 확장을 억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가 전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조지아가 의지하던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묶여 있었고, 러시아를 비판만 할 뿐 조지아에 군대를 지원하지 않았다.
전쟁이 발발한지 5일만인 2008년 8월13일 EU가 중재안을 제시하고 양측이 서명하면서 전쟁은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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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국경에 군사배치…올림픽만으론 전쟁 억제 힘들수도
러시아가 올림픽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는 현재 상황은 14년 전과 유사하다.
러시아 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역을 포함해 남부의 크림반도, 북부의 벨라루스에 10만명 이상 배치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1일에는 우크라이나와 남서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 내 미승인 국가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비밀 작전과 수류탄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이유도 14년 전 조지아의 상황과 비슷하다. 우크라이나는 EU와 나토에 가입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였고 이는 서방국가들의 동유럽 확장을 억제하려는 러시아의 국가전략과 위배된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으로의 부상을 꿈꾸는 시 주석의 바람만으로 전쟁을 억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지나친 낙관에 불과하다.
특히 봄이 오면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은 눈이 녹아 진흙과 습지로 온통 덮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서는 2월이 적기인 상황에서 올림픽 기간일지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무시할 수는 없다.
14년 전과 달리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뇌관을 품은 푸틴 대통령의 입은 누구에게든 향할 수 있다. 러시아는 14년 전 그랬듯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뇌관을 터뜨릴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 앞에 폐쇄루프를 위한 전용 버스가 다니고 있다. 2022.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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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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