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후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불교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 비공개 참석하려고 했으나, 취재진과의 짧은 질의응답만 나눈 뒤 사찰을 떠났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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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통 사찰에 대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목하고,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지난달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까지 여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와 정 의원이 거듭 머리를 숙였지만 성난 ‘불심’은 쉬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 성난 불심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요?
최근에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며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설연휴에 지지율 반등을 이루지 못하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보고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 스스로 “이번엔 3만~5만표로 결판이 날 것 같다”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전국승려대회는 민주당으로선 외면하기 쉽지 않은 악재입니다. 한국인 가운데 불교 신자는 700만명이 넘습니다.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한국의 종교인구 가운데 불교인은 761만9천명(15.5%)으로 개신교인(967만6천명·19.7%)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3만~5만표가 승부를 가르는 대선에서 760여만명의 불교인이 한마음 한뜻으로 표를 행사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종교계가) 네거티브한 방향으로 결집하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많게는 수백명씩 모이는 종교 행사의 특성상 종교 지도자들의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정치권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가 참회의 뜻으로 108배까지 하고 당 일부에서 정 의원의 탈당까지 압박하며 ‘불교계 달래기’에 발벗고 나선 이유입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도 전국 사찰을 돌며 뒷수습에 열심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른듯 합니다. 성난 불심이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가를 정도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종교학자인 한승훈 원광대 동북아시아 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종교 지도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일반 신도들이 투표 성향을 결정하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보수 정당을 가장 많이 찍는 종교는 불교”라고 얘기합니다. “불교가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영남의 불교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개신교쪽 조사를 보더라도 신자들이 투표를 결정짓는 데 목회자의 의견을 크게 반영하지 않는 걸로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과한 발언에 대한 사과는 필요해 보이지만, 마냥 불교계의 눈치만 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번 ‘승려대회’를 불교계 모두가 지지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계종 일각에서는 이번 승려대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자승 전 총무원장이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옵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한국 사회에서 종교 지도자가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개신교의 반발을 우려해 정치권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고 있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입니다.
민주당 전통문화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문화 보존관리를 위한 정책 대전환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전통사찰을 둘러싼 중복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용역과 불교계가 참여하는 기구 구성 △문화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체계적인 지원체계 구성 △사찰림의 생태·환경적 측면을 보전하기 위한 정책지원 등을 뼈대로 합니다.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오랜 갈등의 대상이 됐던 만큼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뒤늦게라도 ‘제도’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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