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타깃’ 회피하고 양자 구도 굳히기 의도
법원 ‘공정성 침해’ 양자토론 불허 취지 거슬러
4자토론 협의도 불참…설 TV토론 무산 가능성
그래픽_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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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7일 더불어민주당에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사이의 양자토론을 “방송사 중계 없이 열자”고 주장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한다며 양자토론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 취지를 부정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또 28일로 예정된 대선 후보 4자토론을 위한 실무협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설 연휴 기간 텔레비전 토론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성일종 국민의힘 티브이(TV) 토론 협상단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일 국회 혹은 제3의 장소를 잡아서 양자토론을 개최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며 “법원 가처분 결정 취지는 방송사 초청 토론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으로,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합의에 의한 토론 개최는 무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말 바꾼 윤석열 ‘4자 토론 무용론’
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에서 공영 매체가 초청하는 식은 곤란하다고 판결의 취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면서 양당 합의 사항은 이행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선 때 다자토론을 해 보니 상대에 대한 여러 생각 등에 대한 검증과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더라”는 이유를 댔다. 사실상 ‘4자 토론 무용론’을 꺼내들었다. 전날 “국민이 대선 후보의 정견과 입장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어느 형식의 토론이든 상관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나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 성일종 단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후보 TV토론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주혜 의원, 성일종 단장, 황상무 특보.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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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전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낸 텔레비전 토론회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영향력이 막대한 텔레비전 토론에서 배제된 후보자는 향후 선거 구도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유권자의 알 권리 역시 침해당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은 선거법에 규정된 언론사 초청 토론회 형식 대신 ‘자체 토론’을 요구했다. 후보 간 토론이 성사되면 언론이 취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결국 법원의 결정 취지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협상단에 속한 전주혜 의원은 “(양자토론) 중계는 어디서 해도 괜찮다”고도 말했다.
국민의힘 쪽에선 윤 후보의 양자토론 전략이 “이 후보와 맞대결에 자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내심으로는 4자토론 구도에서의 집중 공격 당할 우려와 티브이(TV) 토론 진행자에 대한 불신 등이 작용한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편파적인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신뢰감이 없어서 방송사가 주도권을 갖게 하는 게 맞느냐는 불신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단일화 가능성이 살아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참여하는 토론이 안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정의·국민의당 “토론 자체 무산시키려는 전략”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은 한목소리로 “사실상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에게 “해치지 않을 테니 굳이 궁색한 꼼수로 2자토론으로 도망가지 마시라”고 했고,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도 “법원 결정도 따르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국민의 운명을 책임질 후보들을 국민에게 비교·분석할 기회를 많이 드리는 것이 우리의 도리”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 후보는 윤 후보와 (31일) 양자토론도 진행하고, 4자토론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4자토론이 무산될 경우에도 양자토론을 수용할지 여부엔 말을 아낀 것이다. 박주민 민주당 선대위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는 4자토론도 하고 양자토론도 한다는 것 외에 더 말할 것이 없다”며 “내일(28일) 4자토론 실무협의 결과를 보고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갖은 꼼수로 양자토론을 추진하는 속내는 분명하다. 질문을 던질 후보 수를 줄여 양강 구도를 고착화하고 유권자의 선택지를 좁히겠다는 것”이라며 “‘될 사람을 밀어주는’ 식의 폭력적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다양한 방식의 티브이 토론에 여러 후보들이 참여해 정책을 비전을 놓고 토론한다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을 받는 제20대 대선을 ‘정책 선거’로 전환할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방송사 주최 다자토론회에 적극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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