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미들랜드에서 석유 시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6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4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일부 업종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S-Oil(010950), 중앙에너비스(000440), 흥구석유(024060) 등 국내 정유주가 강세였다. 하루 전인 25일(현지 시각)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이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간밤 국제유가는 또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26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75달러(2.04%) 상승한 배럴당 87.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7.95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WTI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이었다. 지난해 10월 16일 80달러 중반대까지 상승했던 WTI는 지난달 초에는 60달러대로 떨어졌다. 연초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약 16.1%를 기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상승률이 치솟고, 이는 곧 금리 인상이나 긴축 속도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유가가 경제지표 부진이나 주식시장 하락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이슈 등으로 지금 같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로 번지면서 긴축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기관에서는 향후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올해 안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원유 수급 여건도 1분기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계절적 성수기 수요 기대감으로 인한 타이트한 석유 수급이 1분기까지 유가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 당시 하향 조정한 올해 유가 목표치를 기존 85~90달러에서 95~100달러로 상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달부터 월스트리트에서는 올해 유가가 최대 12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브렌트유 기준으로 유가 전망치를 각각 100달러, 125달러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6월 WTI가 12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달 오미크론 여파로 6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공급 부족 우려로 갑작스럽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유가에는 수급 관련 이슈가 이미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가속화 우려가 높아진 만큼, 유가 상승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관련 파생상품도 덩달아 고공행진이다. 이달 들어 주요 지수 흐름을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ETF가 하락했지만, 원유 관련 ETF는 13~15%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원유 선물 가격을 두 배로 추종하는 ETN의 경우 30%가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