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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미 본토 병력 8500명, 나토 동맹국 ‘출동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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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 “우크라 아닌 주변국 배치”
유사시 신속대응군 지원 준비
나토군도 군함·전투기 증강
러는 발트해 훈련 ‘무력시위’



경향신문

전운 고조 미국 제436비행대대 관계자들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낼 탄약, 무기, 장비를 운반대에 싣고 있다. 아래 사진은 러시아의 Tu-95 장거리 전략폭격기 2대가 24일 러시아 중부 사라토프주 엥겔스 공군기지에 계류하고 있는 모습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것이다. 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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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24일(현지시간) 미국 본토 주둔 미군 8500여명에게 동유럽 배치에 대비해 상향된 대비태세에 돌입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경우 신속히 병력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나토도 이날 동유럽 주둔 병력에 군비를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실전 훈련을 위해 발트함대를 출항시키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본토 주둔 미군 8500여명에게 출동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명령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커비 대변인은 나토가 유사시 신속대응군을 가동하면 파병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동 대비 명령을 받은 부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언론들은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지원, 첩보·감시·정찰 부대 등이라고 전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는 나토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군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출동 대비에 열흘이 주어졌지만 이번 명령으로 닷새 안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면서 유럽에 이미 배치된 일부 미군 병력에게 이동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로부터 미군 1000~5000명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나토 동맹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보고받았다면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파병 규모를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파병 검토 규모보다 많은 병력에게 출동 대비 명령을 내린 것이다.

유럽 나토 동맹국들도 동유럽 주둔 나토군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로 보내 억지력과 방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에 따르면 덴마크는 프리깃함과 F-16 전투기를 리투아니아에 보내고 있으며, 스페인은 나토 해군에 합류하기 위해 불가리아에 4대의 전투기, 흑해에 3척의 배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는 루마니아에 군대 파견을 준비 중이며, 네덜란드는 나토군 선봉부대인 신속대응군에 합류할 자국 육상부대와 함정을 대기시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전격전’을 벌이기에 충분한 군대를 우크라이나 인근에 집결시켰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동맹국들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나토 전투 부대 배치가 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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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및 나토 주요 지도자들과 80분간 화상회의를 하며 공조를 다졌다. 회의에는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존슨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공세를 억지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논의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부과 방안뿐 아니라 나토 동쪽 지역의 군비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각국 지도자들이 “러시아가 긴장을 완화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관점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EU는 러시아 제재 준비를 강화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군사적 침략은 막대한 결과와 심각한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는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위기 고조로 인해 급격히 증가하는 재정 수요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인근 국경 지역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는 동유럽에 병력을 증파하려는 미국과 나토의 움직임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면서 강력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러시아가 한 것 때문이 아니라 나토, 미국이 하고 있는 일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서부군관구 공보실은 “발트함대 소속 군함과 지원함 등 20척이 훈련을 위해 주둔 기지에서 출항해 발트해 훈련 해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이미 공지했던 것이지만 미국과 나토의 동유럽 군사력 강화 조치에 맞선 무력시위의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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