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무차별 범죄에 긴장한 중국…‘민생·법치’ 대책 쏟아내고 ‘공동체’ 강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 12일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고의 돌진으로 35명이 숨진 주하이 체육공원 현장에 시민들이 초를 켜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금체불 해결, 변호사 지원, 플랫폼 노동자에게 불리한 알고리즘 개선….

중국 당국이 연달아 내놓은 사회안정을 위한 조치들이다. 중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죄’에 당국이 긴장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25일 중국 사법부(법무부)가 최근 특별회의를 열고 분쟁 해결과 사회안정 및 안전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실시·연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법부는 말단 행정기관과 분쟁조정기구가 “혼인·가정, 이웃 관계, 재산 승계, 주택·토지, 임금체불 등의 갈등과 분쟁”을 깊이 있게 조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선 기관이 마을 내 교정 대상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강화하고 변호사·공증·중재·법률구조 등을 지원해 인민 대중이 분쟁을 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사이버공간관리국 등 4개 부처는 내년 2월 14일까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알고리즘 시정 캠페인을 벌인다. 반복적 푸시 알림이나 과도한 데이터 수집 금지와 함께 플랫폼이 알고리즘에 따라 제시하는 표준 배달시간·가격 등에 배달원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9일 회의를 열고 농민공 임금체불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기관 발표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일련의 조치는 최근 중국 각지에서 연달아 발생한 ‘무차별 복수극’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중국 남부 도시 주하이에서 이혼과 재산 분할 과정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진 60대 남성이 스포츠센터에서 운동하던 사람들 사이로 차량을 돌진시켜 35명이 사망했다. 닷새 후인 16일 동부 장쑤성 이싱에서는 20대 남성이 실습생 시절 임금체불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자신이 다니던 직업훈련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숨지게 했다.

19일 후난성 창더에서는 차량이 초등학교로 돌진해 어린이와 학부모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용의자는 39세 남성 황 모 씨로만 알려졌다. ‘주하이 차량 돌진 사건’과 ‘캠퍼스 흉기 난동’을 섞은 듯한 행동에 모방 범죄 논란이 일었다.

중국 당국은 표면적으로는 일련의 사건들은 각각 별개의 사건이라고 강조하지만 내심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심상치 않은 사회적 긴장이 원인이라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하이 사건 이후 이례적으로 지방정부가 교훈을 얻고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샤오훙 중국 공안부장은 지난달 21일 안전 강화를 위해 마오쩌둥 시대 펑차오(楓橋) 경험과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펑차오 경험은 1960년대 저장성 펑차오 지역에서 벌어진 지역사회 갈등 해결 방식으로, 대중이 불순분자를 감시하고 공동체 내에서 처분했다. 일각에서는 주민 상호감시 시스템이자 인민재판이었다고 비판한다.

공동체도 강조되고 있다. 톈진의 한 고깃집이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포스터를 붙여 놓고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사례 등이 관영매체에 소개되고 있다.

법적·경제적 해결책 마련과 별개로 무차별 범죄 사건에 대한 정보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 당국 발표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 역시 모방 범죄나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당국에 대한 비난을 막아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적절한 사건 공개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자오훙 베이징대 법학원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중국 법률 시스템은 용의자의 사연은 전혀 모른 채 폭력적 공격을 가한 용의자를 처벌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사건들에서 범인들의 진짜 동기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처벌만 한다면 고통받는 생존자를 위로할 수 없고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썼다.


☞ 중국 주하이 당국, 추모 꽃다발도 치웠다…35명 사망 고의 차량 돌진 사고 덮기 급급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141146001



☞ 중국 직업기술학교에서 칼부림 8명 사망…닷새 만에 또 참극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171648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