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당사 3층.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한 뒤 관련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씨의 공개 행보가 임박했느냐’는 물음엔 이정도로만 답했다. 윤 후보는 최근 김씨가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전날 공개된 것에도 “사진을 찍었는지 안 찍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선대본부 회의 뒤 기자들을 따로 만나 ‘김씨가 공식활동을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아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옳은 일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필 사진 촬영하는 김건희씨. 페이스북 팬클럽 '건희 사랑'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두 사람은 이렇게 선을 그었지만, 선대본부 안에선 ‘김건희 2월 등판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참모 중에는 ‘수행 인원을 최소한으로 해서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불교방송에 출연한 김은혜 공보단장은 김씨의 향후 행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국민께 인사드릴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선대본부와 김씨 주변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설 연휴가 끝난 2월 초에 ‘7시간 통화 녹취’와 관련해 사과를 표명하고, 잠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2월 중·하순께 내조 행보에 나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허위경력 의혹으로 공개사과를 하면서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를 다시 대중 앞에 끌어내고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김씨의 ‘7시간 통화’ 관련 보도였다. 김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직원간 통화내용을 비판적으로 다룬 MBC ‘스트레이트’의 지난 16일 방송 뒤 김씨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등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차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이를 언급하면서 “MBC가 윤석열을 구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유-평화-번영의 혁신적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 비전 발표를 갖고 있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김씨가 내조 행보를 했을 때 실제 윤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참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공개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김씨가 계속 칩거 모드일 경우 “커튼 뒤에 숨는 듯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다른 대선 후보 부인들처럼 자연스러운 역할을 할 때가 됐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친문 커뮤니티에 가보면 ‘난 밥을 아예 안 하고 우리 남편(윤 후보)이 다 한다’는 김씨 녹취 발언이 요리를 좋아하는 윤석열 이미지와 맞물려 되레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며 등판에 기대감을 표출했다.
반면,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씨에 대한 지지는 일시적인 '팬덤'일 뿐이며, 윤 후보가 공을 들여야할 중도층에의 외연확대 전략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씨 통화 녹취에는 대선 후보 배우자의 발언으로 보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겨 있는 게 사실”이라며 “김씨를 '걸크러시'로 치켜세우는 일부의 목소리 보다는 건전한 비판 여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무속 관련 발언이 추가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현재 상황도 변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씨의 공개 행보는 철저하게 선대본부 내 전문가와 긴밀히 소통하며 준비해야 한다”며 “팬클럽 사람들에 고무돼 섣부른 행보를 했다간 어떤 돌출 변수가 불거질지, 어떤 낭패를 당할지 알 수없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