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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격리면제 文 "재택근무" 칩거…그뒤엔 초유의 '선관위 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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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계획했던 신년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그리고는 “방역 지침에 따라 25일까지 3일간 재택근무를 한다”며 사실상 칩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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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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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면제자’인 문 대통령이 재택근무를 결정하면서 매주 월요일 문 대통령이 주재해온 24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는 물론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도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이번주로 예정됐던 신년회견까지 하지 않기로 하면서 문 대통령의 ‘침묵’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년회견 취소 배경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박 수석의 발언 직후 청와대는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오미크론 대응체계로 신속히 전환하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문자로 공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의도적 침묵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도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거취와 관련한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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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12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2022년 주요업무 및 양대선거 종합선거대책회의에서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조 위원은 선관위 전체 직원들의 반발에 지난 21일 사표를 제출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즉시 수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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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위원의 사퇴는 선관위 구성원 전체가 반발하며 촉발된 정치중립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며 “문 대통령이 순방 중이던 21일 긴급하게 조 위원의 사표를 수리한 것도 항명에 가까운 집단 반발을 엄중하게 보고 시간을 더 끌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3년 임기를 마치는 조 상임위원을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전환해 사실상 임기를 3년 연장하려고 했다. 선관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러한 결정은 지난 19일 중앙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그러자 선관위 직원 2900여명은 이를 “정권이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결국 조 위원은 21일 사표를 냈고, 그동안 참모들을 통해 “오히려 선거중립을 위한 조치”라고 해명해오던 문 대통령은 그의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이튿날인 22일엔 여당의 반대로 임명되지 못하고 있던 야당 추천 몫의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가 “후배들 덕에 선관위가 살아났다”며 자진 사퇴하면서, 대선을 44일 앞둔 현재 선관위는 9명의 선관위원 중 2명이 공석인 불완전한 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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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야당 추천몫으로 지명된 문 후보자는 조해주 상임위원의 사표가 수리된 다음날인 지난 22일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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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청와대에선 지난 주말 조 위원의 후임자 추천 여부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논의에선 “법에 따라 새 상임위원을 즉각 추천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는 “선관위의 집단행동 자체가 정치집단이라는 증거”라며 오히려 선관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 전체가 들고 일어난 초유의 사태를 묵과하기 어렵다”는 반론에 따라 청와대는 결국 “대선까지 후임 상임위원을 지명하지 않는다”는 잠정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는 규정상 5명의 선관위원만으로 가동할 수 있다”며 “불완전한 선관위 구성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대선 전 후임 지명으로 인한 추가 논란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문 대통령의 결정이 선관위의 반발에 막혀 번복된 상황에 대해 “대선 중립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거나 “대선 중립과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응할 근거가 사라졌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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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발굴’ 지시로 논란을 일으킨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왼쪽 둘째)이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 차관,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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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청와대의 탈정치”와 “대선 불개입”을 여러차레 강조해왔다. 청와대를 떠나는 핵심 참모들에게도 “특정 캠프에 가지말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권은 여당 후보의 공약 개발에 도움을 줬다는 혐의 등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공항 부지를 시찰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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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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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선관위의 집단행동은 문재인 정부 기간 쌓여온 정치중립에 대한 우려가 ‘조해주 사태’로 인해 폭발한 것”이라며 “특히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야당에 선거 불복의 여지를 문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야당은 문 대통령이 선관위의 집단행동을 계기로 선관위의 독립성 문제를 넘어 현직 여당 의원들로 구성된 선거 관련 부처의 장관 교체까지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이재명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약을 뒷받침하며 금권선거에 앞장서고 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편향적 검찰수사로 공안선거를 지휘한다”며 “문 대통령은 선관위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내각을 즉각 구성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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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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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ㆍ손국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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