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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싸움 벌이던 밤…죽은 노모가 돌아왔다, 좀비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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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의 장례를 치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들들은 막걸리를 걸치며 이야기를 나눈다. “엄니만 살아계시면 내가요. 참말로 잘할 수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깊이 후회한들 엄마가 살아올 리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죽은 엄마가 살아온다. 아들들이 재산 문제로 술상까지 뒤엎으며 몸싸움을 벌이던 깊은 밤, 돌아온다. 좀비가 돼서.

엄마가 살아온다면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효도할 수 있을까. 영화 ‘효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 세상 불효자들의 소원을 실현시킨다.

엄마가 하필 좀비가 돼서 돌아온다는 참신한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증폭된다. 영화를 연출한 이훈국 감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0년 전 시나리오를 쓸 당시만 해도 서양문화인 좀비와 한국문화의 간극이 굉장히 컸다”라며 “좀비라는 소재를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녹여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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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서 관록 있는 배우 연운경이 ‘어으으’하는 소리 외엔 별다른 대사가 없는 ‘좀비 엄마’역을 소화해냈다. 전북의 한 시골마을에 모여 사는 다섯 형제 역을 맡은 이들은 김뢰하 정경호 이철민 박효준 전운종 등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신스틸러들. 이들은 “엄니한테 인마 좀비가 뭐여 좀비가” “좀비가 아니라 엄니여” 등의 대사를 진지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감초 배우들이 보여주는 억지로 웃기려하지 않는 절제된 코믹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할 또 다른 이유다.

이들은 좀비를 엄마로 인정하고 “인자 효도를 시작해보자”며 못 다한 효도에 돌입한다. 맛있는 음식에 예쁜 옷에…. 효도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엄마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어으으” 할 뿐이다.

최근 좀비물 속 좀비들이 초고속으로 뛰어다니며 살육을 일삼는 것과 달리 ‘엄마 좀비’는 느리다.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는다. 힘도 없고 몸도 굳은데다 잘 걷지 못하는 건 생전 노인일 때나 좀비일 때나 다를 게 없다. 아들들은 점점 엄마가 부담스러워진다. 이들은 과연 그들이 장담했듯이 다시 살아 돌아온 엄마에게 끝까지 효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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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효도는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임에도 촌스럽고 식상한 소재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라며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효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좀비물 형식을 빌렸다”라고 말했다.

좀비 엄마가 등장할 때 긴장감은 고조되고 공포감도 극대화된다. 평범한 한국 시골 마을과 ‘서양 귀신’ 좀비의 기묘한 조합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상영시간 내내 킥킥거리게 된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 가슴이 먹먹해진다. 죽어서도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을 상징한 장면에선 울게 될지도 모른다.

‘병맛스러움’과 긴장감, 웃음과 슬픔을 모두 아우르는 이 문제적 작품은 설 연휴 직전 개봉한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연출한 이 감독 작품답게 연극의 장점은 물론 웹툰과 영화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설 연휴 극장가를 양분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작 영화 ‘킹메이커’와 ‘해적: 도깨비 깃발’ 사이에서 ‘동방예의좀비극’을 표방한 이 작품이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27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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