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 요구를 계기로 지속적인 재정확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절박한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추경의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지만, 인구·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지출 수요 확대 등을 감안했을 때 국채 발행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당·정, 여·야가 기존 기금 활용이나 추가 국채 발행의 적정 규모 등 재정 건정성을 도모하면서 추경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3일 기획재정부 등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4일 14조원 규모의 2022년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1일 “소상공인 추가지원 소요, 지난해 초과세수 수준, 608조원 본예산 집행 상황, 적자국채 조달 여건, 추경에 따른 물가·국채시장 파급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추경 규모 14조원’에 대한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부의 2차 방역지원금(1인당 300만원, 총 9조6000억원) 등을 포함한 소상공인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경 규모를 35조~45조원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차기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과 초과 세수분으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되 상황에 따라 추가 국채 발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채 발행 대신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추경 증액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번 추경안의 국무회의 의결 직후 여야 대선 후보들을 향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이야기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재정수입 확충 기반없이 나랏빚을 늘리는 방법은 앞으로의 정책 대응여력까지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2021~2030 중기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지출 통제와 세입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적자와 국가채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해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누증이 심화됨에 따라 향후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대응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고령화 및 산업구조 변화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재정지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수입 확충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규모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이 시장금리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하기 어렵다. 국채 물량이 늘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오르는데, 이 영향을 받아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오르게 되고 결국 대출금리도 오를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에도 상당 기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 대규모 추경 증액이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홍 부총리도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나 시중 유동성을 늘린다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채 발행 대신 세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출 구조조정은 실효성이 낮은 사업의 규모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본예산을 집행한지 한 달도 시점에서 그러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기금 여유분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가용하기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국채 발행을 통한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당·정이, 또는 여·야가 국채 발행을 통한 부가가치 효과, 국채 이자율,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등을 따져 적정한 국채 발행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서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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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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