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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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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쓰지만 효과 좋네요”… ‘먹는 치료제’ 비대면 진료하는 성남의료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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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팍스로비드'를 복용하며 재택치료 중인 환자를 화상전화를 통해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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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3∼4시간 동안 쓴맛이 올라와요.”

지난 19일 재택치료 중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인 권 모씨(66)는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의료진과 화상통화에서 최근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채윤태 성남시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권씨를 포함해 재택치료 중인 환자 7명에게 투약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입에서 쓴 맛이 난다는 부작용을 호소했다”며 “그 외 중대한 이상 반응은 없이 양호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 “타이레놀 감기약은 같이 먹어도 된다”

정부가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을 시작한 지 일주일에 접어들면서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날 성남시의료원 8층 코로나19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들은 화상 통화로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성남시의료원에서 관리하는 재택치료 환자는 약 250여명.

청록색 파티션으로 나뉘어진 책상에서 간호사들은 헤드셋으로 재택환자들과 음성 통화를 했다. 현황판에는 날짜 별로 입원 환자, 신규 환자, 퇴소 환자, 재택 환자, 집중관리군 등이 적혀 있었다.

권씨는 이날 의료진에게 쓴 맛과 함께 근육통을 호소했다. 최보미 책임간호사는 환자의 발열 여부를 확인한 후 정상범위(36.7~37℃)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증상이 심하면 보건소에서 제공한 종합감기약을 복용하시라”고 권했다.

권씨가 “혹시 몰라서, 겁나고 걱정돼 같이 먹지 않았다”고 하자 최 간호사는 “감기약과 타이레놀은 같이 먹어도 된다”고 안내했고, 쓴 맛에 대해선 “약 복용하는 다른 분들도 쓴맛 증상을 호소한다. 미지근한 물로 조금씩 자주 마시라”고 안내했다.

최 간호사는 이어 “(약국 복약지도에서) 설사 증상, 미각 변화,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 들었을 것”이라며 “같이 처방받은 7명 중 1명은 설사 증상을 호소했다”며 안심시켰다. 그러자 권씨는 “나는 설사는 없다”며 통화를 끊었다.

최 간호사에게 투약 후 환자 상태를 묻자 “발열이 있던 환자는 (팍스로비드 복용 후) 발열이 없어졌다”면서도 “7명의 환자는 애초 증상이 굉장히 경미한 환자들이라 (복약 이후) 눈에 띄는 호전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에서 109명에게 팍스로비드가 투약됐다. 팍스로비드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3만1000명분이 처음 들어왔다.

◇ 건강기능식품도 복용 중단 권고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자 중에는 부작용 우려로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채 교수는 “원래 처방 대상이 8명이었는데, 한 명이 약물에 대한 불안감 등을 이유로 복용을 거부했다”며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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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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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를 포함해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65세 이상 5명과 면역저하자 2명이다. 팍스로비드는 진통제(페티딘), 항협심증제(하놀라진), 항통풍제(콜키신), 항암제(아팔루타이드), 고지혈증약(로바스타틴) 등 28개 약물과는 함께 복용할 수 없으며 이 중 국내 허가된 의약품은 23종이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전산으로 걸러진다. 하지만 일반의약품은 문진을 통해야만 알 수 있다. 성남의료원에서는팍스로비드를 처방할 때 복용 금지 약물을 세 번 확인한다. 첫 번째 비대면 진료 때 확인하고, 두 번째 약국에서 유선통화로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모니터링 팀에서 수시로 확인하는 식이다.

성남의료원은 7명 가운데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해당 약 복용을 중단하고 팍스로비드 복용을 권했다고 한다. 고지혈증약은 응급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채 교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때는 건강식품첨가물 복용은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팍스로비드는 각 권역 보건소와 협약을 맺은 약국에서 환자들에게 퀵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집으로 보내준다. 다만 눈이 많이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퀵서비스가 불가능할 때는 보건소 직원이 약국에 들러 직접 배달하게 된다. 채 교수는 “성남 구시가지는 언덕이 높아서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로) 퀵 배달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성남=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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