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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뛰며 새벽 공부, 합격한 서울 학교는 못갔지만…” 대학생들 울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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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자료사진. /조선DB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낮에는 아르바이트하고, 새벽에 공부해 국립대에 간 학생의 글이 네티즌의 심금을 울렸다. 이 학생은 “돕고싶다”는 연락을 정중히 거절하며 익명의 글쓴이로 남기를 선택했다.

20일 새벽 5시쯤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눈도 오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글 좀 쓰겠다”며 자신의 상황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새내기 게시판에 글을 올린 A씨는 “6학년 때 아빠는 급성 뇌출혈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글을 못 읽는 까막눈에 아래로 동생이 2명 있다”며 “엄마는 아빠 장례식장에서 ‘남들 부끄럽게 안 키우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도 대표에도 선발됐다는 A씨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며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 생각에 운동을 포기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막노동하든 배달을 하든, 돈 벌 생각만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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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20일 새벽 올라온 글의 일부.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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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 A씨의 생각에 변화를 주는 사건이 생겼다. 부모님 인적사항을 적으며 A씨는 부친 칸에는 ‘사망하심’을, 모친 직업은 ‘식당 보조사’라고 적었다. 그는 “그걸 손으로 가리는데 내가 봐도 너무 역겨웠다”며 “엄마는 남들에게 안 부끄럽게 키운다고 이 악물고 버티는데 자식이 엄마가 부끄러워서 이러는 게 자기혐오가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자식도 막노동하는 내가 부끄러워서 직업칸 못 쓸까 생각하니 어질어질하더라”며 “그때부터 매일 공부했다”고 썼다.

수학은 동생 교과서를 찾아보면서 공부했고, 영어는 어머니 몰래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학원에 다녔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A씨 집안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식당에서 12시간 일하던 게 6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공부한다고 집에 있을 수 있겠느냐”며 “알바를 더 뛰었다”고 했다. 평일에는 식당 알바, 주말에는 호텔 알바를 하고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고 A씨는 회상했다.

A씨는 “남들보다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등급이 올라가기는커녕 유지도 힘들었다. 그럴 땐 진짜 서러워서 눈물이 나오는데 엄마 깰까 봐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다”며 “그렇게 3년 버티다 보니 결국 건국대와 경북대에 붙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형편 때문에 건대는 못 가지만 돈 때문에 지원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했다.

새내기가 된 A씨는 “대학 와도 고등학교와 다를 것 없이 저녁에 알바하고 새벽에 공부할 것 같다. 내 생활비에 동생 학원비 계산하니 벌써 어질어질하다”며 “이젠 익숙해서 별 기분 안 드는데 오늘따라 좀 씁쓸하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A씨의 글에 많은 이들이 응원과 함께 “돕고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익명의 힘을 빌려서 친구들에게도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걸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고자 글을 썼다”며 “애초에 금전적인 후원이나 지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만약 자신이 후원을 받는다면 커뮤니티의 익명성을 이용해 거짓된 이야기를 올리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고, 도와준 이들의 선의가 훼손될 뿐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학우들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저 같은 사람한테 돈 쓰지 마시고 가족분들이랑 따뜻한 저녁 한 끼 하시길 바란다”며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다”고 인사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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