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응평리에서 발견된 백제 고분의 인골 [자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 |
지난해 충남 부여 응평리에서 발견된 백제 시대의 횡혈식 석실묘(橫穴式石室墓·굴식 돌방무덤)의 주인공은 지방 관료나 수장층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21일 공개한 '부여 응평리 석실묘 긴급 발굴조사 보고서'에서 "석실묘의 위계는 중간 정도에서 비교적 높은 단계이며, 피장자는 지방관료 내지는 수장층이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응평리 석실묘는 지난해 4월 농지였던 이 지역의 경지 정리 과정에서 발견됐다. 도굴 흔적이 없는데다가 하나의 무덤 안 에서 두 개의 목관과 함께 인골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어 큰 관심을 모았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6월 긴급발굴조사를 통해 보존조치했다.
부여 응평리에서 발견된 백제 고분 [자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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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품은 거의 없어, 왜?
하지만 무령왕릉 등 백제의 화려한 무덤을 떠올렸던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소식도 있었다. 길이 220㎝·너비 110㎝·높이 115㎝인 무덤 안은 사실상 텅 비어 있었던 것. 발견된 것은 두 구의 인골과 금동제 귀걸이, 부식되어 거의 사라진 목관의 남은 재료 뿐이었다. 도굴 흔적이 없는 무덤인데 왜 이처럼 부장품이 거의 없었을까.
이에 대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의 김환희 연구사는 "백제 사비기(수도를 사비로 천도한 뒤 백제 멸망까지·538~660년)부터는 부장품을 많이 넣지 않는 박장(薄葬) 풍습이 유행했다"며 "불교의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인근 부여의 송국리나 송학리 등에서도 도굴되지 않았지만 부장품이 거의 없는 무덤이 발견됐다.
또, 경주에 있는 신라의 전 효소왕릉(傳孝昭王陵·효소왕의 무덤으로 추정)도 비록 도굴되기는 했지만, 부장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식 화장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효소왕(692∼702)은 삼국 통일 이후인 7세기 말 즉위했으며, 이 시기는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이후다.
부여 응평리에서 발견된 백제 고분의 입구 [자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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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일까? 아닐까?
응평리 석실묘는 백제 사비기에 유행했던 전형적인 횡혈식 석실묘로 두 차례에 걸쳐 시신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묘도(墓道·무덤 입구에서 시신을 두는 방에 이르는 길) 흙을 두 차례 파낸 흔적이 있다. 연구소 측은 "서쪽에 매장된 사람은 금동제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어 동쪽 사람보다 위계가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동여지도로 본 고분 장소 [자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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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부부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환희 연구사는 "같은 무덤에서 발견된 만큼 부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인골 조사가 진행 중이라서 단정짓기 어렵다. 인골의 성별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백제인의 얼굴 복원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쯤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무덤의 조성 시기는 구조적 특징이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6세기 말에 1차로 사람을 묻은 뒤 7세기 초에 추가로 장례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시기는 백제에서 위덕왕(554~598), 혜왕(598~599), 법왕(599~600), 무왕(600~641)이 재위한 시기다. 혜왕과 법왕 때는 1년마다 왕위가 바뀌는 등 백제가 극심한 혼란에 직면했던 시기다.
관료? 씨족의 수장?
부여 응평리에서 발견된 백제 고분의 위계. 중간 이상의 계급으로 추정된다. [자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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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여 응평리 일대에서는 이 외에도 더 많은 고분이 발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연구소 측은 "조사 지역에서는 1기의 고분이 확인됐을 뿐이지만, 구릉의 동남편 가장자리에 석실묘가 위치한 만큼 구릉 서편이나 위쪽에 더 많은 고분이 자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응평리 석실묘 주변으로 더 많은 고분이 확인되어 군집분의 양상을 보인다면 도성 거주민의 매장지 중 하나이며 특정 씨족의 묘역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전국의 박물관·대학교 도서관 등 관련 기관에 배포되며,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공개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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