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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시신 감염 전파 없다니 '先 화장 後 장례' 지침 신속히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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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이유로 정부가 2년 전부터 시행 중인 '선(先)화장 후(後)장례' 지침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받아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청은 "시신으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이 전파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바 없다"고 했다. 질병청은 그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장례지침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장례지침, 통계 검색엔진 결과를 제시했다. 한마디로 '선화장 후장례' 지침은 과학적인 근거 없이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방역 정책이었던 셈이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후 국가가 '공중보건' 목적으로 개인의 장례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게 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시신에 잠재적인 전염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선화장 후장례' 원칙을 적용해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유족이 이 원칙에 동의해야 장례비 1000만원을 지원하는 식으로 지침을 강제해왔다. WHO와 CDC가 "시신 화장 처리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지침을 고집해온 것이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고인을 추모하거나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고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것도 비통한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유족들이 배웅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가혹한 처사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그랬다면 더욱더 비인륜적이다. 이러니 "구제역 파동 때 가축을 파묻은 것과 뭐가 다르냐"는 불만과 원망이 빗발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6500명에 이른다. 하지만 획일적 지침 탓에 유족이 고인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애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라도 지침을 철회해 장례결정권을 유족에게 돌려줘야 한다. 방역당국이 작년 10월과 12월에 이어 20일에도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빈말에 그쳐선 안된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방역편의주의에 따라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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