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
대선을 49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중립성·공정성 논란이 정치권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 출신으로 임명 때부터 논란을 빚은 조해주(사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오는 2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비상임위원으로 전환해 선관위원직을 3년 더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19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조 상임위원은 전날 중앙선관위 간부들에게 “사표가 반려됐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해 자신이 최근 낸 사표를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음을 시사했다. 야당은 조 상임위원이 오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2024년 총선 등 각종 선거 관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상임위원의 임기 연장은 유사 이래 한 번도 있지 않았던 초유의 일이며 얼토당토않은 폭거다. 청와대의 선관위 꼼수 장악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해주, 24일 임기만료 앞둬 … 야당 “3년 연장 한번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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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원은 총 9명이고 임기는 6년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 몫으로 임명되는 3명의 선관위원 중 1명이 선관위원들 호선을 통해 상임위원을 맡게 된다. 상임위원은 유일한 상근직으로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을 대신해 사실상 선관위 사무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검증 절차도 엄격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돼 있으며 정치적 중립성이 핵심 검증 대상이다. 조 상임위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를 지낸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백서에 기록돼 3년 전 상임위원 내정 당시 야당의 인사청문회 보이콧 등 강한 반발 속에 임명됐다.
상임위원은 3년 임기를 채우면 선관위원으로서 남은 임기(3년)와 관계없이 사표를 내고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는 게 관례였다. 조 상임위원도 이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표를 냈는데 반려된 것이다. 조 상임위원은 지난해 7월 돌연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이 “내년 1월까지 상임위원 임기를 지켜 달라”며 사표를 반려한 일도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조 상임위원은 2019년 1월 지명 때부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이라며 “아니나 다를까 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을 내팽개치고 선관위를 ‘문관위(문재인+선관위)’로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사표 반려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표를 반려했다는 표현보다는 ‘선관위원으로서의 6년 임기’를 끝까지 해달라고 문 대통령이 부탁·요청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청문회가 필요한 선관위원직에 공석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조 상임위원은 19일과 20일 휴가를 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권한과 관련이 있는 선관위 내부 규정의 10년치 개정 내역을 선관위로부터 받아간 사실도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 김모 행정관은 지난해 11월 23일 선관위 행정국제과에 ‘2010년 이후 위임전결 규정 개정사항’을 요구했다. 공식 문서를 통한 통상적인 자료 요구와 달리 유선전화를 통해서였다.
이는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청와대가 선관위에 요구한 자료 165건 중 164건은 인사검증 등을 위한 업무 요청이었고, 모두 발송 기록이 남는 공문 형식으로 요청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위임전결 규정 관련 자료 요구는 유독 선관위 내부 규정에 관한 것이었고, 전화로 이뤄져 정식 요건을 갖추지도 못했다.
야당은 “청와대가 선관위 상임위원의 위임전결 권한을 늘리기 위한 사전 자료수집 차원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여기에 조 상임위원 사표가 반려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권에선 “조 상임위원은 비상임위원으로 돌리고 새로 상임위원을 임명해 선관위원 중 친여 성향을 늘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김도읍 의원은 “헌법상 독립성이 보장된 선관위 내부 규정을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행정관의 자료 요구는 윗선인 김외숙 인사수석, 그 위인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에 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관위 상임위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내부 자료를 만들기 위해 자료 요구를 한 것뿐”이라며 선관위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선관위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찬호·현일훈·최민지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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