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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건강] "먹기 좋은 약 효과도 좋다" 목넘김 올인하는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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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에 따르면 향후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중은 15.7%에서 46.4%로 약 3배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 인구가 크게 늘면서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앞으로 고령화된 만성질환자에 대한 복약순응도가 치료 효과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제형 R&D(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복약순응도는 일반적으로 의료진이 제안한 약 복용, 식이 조절, 행동 습관 변화 등을 포함하는 단어다. 약을 먹지 않거나, 처방에 비해 많거나 적은 양의 약을 먹는 것, 처방된 약 외에 다른 약물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 등이 복약순응도를 낮추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복약순응도가 낮으면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복약순응도 80% 미만의 만성질환자는 사망률이 3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B형 간염과 C형 간염, 세균성 질환 등의 경우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기 쉽고, 바이러스와 세균이 증식해 더욱 위중한 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최근 65세 이상 고령층이거나 B형 간염, HIV 등 면역저하자를 중심으로 투약이 이뤄지고 있는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증상이 없어진다 해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정해진 5일 동안 꾸준히 먹으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복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제약업계는 알약 숫자를 줄이고, 보관 및 복약 편의성을 개선하며, 먹기 쉽고 간편한 약을 만들기 위해 '제형'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복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연구되는 점이 알약 개수를 줄이는 것이다. 앞으로는 봉지로 포장된 수많은 알약을 힘겹게 삼키지 않고 개별화된 캡슐이나 단일 약제를 복용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알약 개수를 줄이는 것은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하나로 알려졌기 때문. 실제로 한미약품의 아모잘탄패밀리를 복용한 환자 1만55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고려대병원 의료진의 연구 결과 2제 복합제(아모잘탄)의 복용순응도는 3제 복합제(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의 복용순응도 대비 4~5% 낮은 90.7%로 나타났다. 아모잘탄플러스의 복약순응도는 94.3%, 아모잘탄큐의 복약순응도는 95.4%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복합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점인 복약순응도의 유용성을 객관적 수치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응주 교수는 "고정용량 복합제는 약물의 복약순응도와 임상적 효과를 개선시킨다는 연구들이 많지만, 실제 진료 현장 기반의 항고혈압 고정용량 복합제의 임상적 근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의미 있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분의 짧은 반감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방정이나 패치제로 제형을 변경하는 것도 복약순응도에 이점을 준다.

한 예로 신신제약의 붙이는 불면증 치료제 멜라토닌 패치는 패치형의 지속적인 약물 투입으로 멜라토닌 성분의 짧은 수면 유지 시간을 개선한 제품이다. 멜라토닌 성분 기반의 불면증 치료제는 일반적인 향정신성 수면제처럼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 멜라토닌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생체리듬을 조절해 자연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일반 수면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각, 중독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지만 짧은 반감기로 일반 알약 제형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할 정도로 인기를 끈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매일 스스로 주사를 놔야 하는 자가 주사제형을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형으로 변경해 복약순응도를 크게 높였다.

[임태균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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