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차관 “수요 감안해 용도별 규모·가격 차등화”
리터당 음용유 1100원·가공유 900원…생산은 늘려
낙농진흥회 의사구조 개편…공공기관 지정도 검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는 원유 중 가공유의 가격을 낮춰 가공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전체 원유 구매량을 늘려 농가 소득 보전과 자급률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구조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 지정도 검토한다.
“생산비가 가격 결정, 시장 원리 안맞아”
원유 가격 결정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낙농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산 원유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0년 48.1%까지 낮아졌다.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는 같은기간 63.9kg에서 83.9kg로 증가하고 음용유(마시는 우유) 소비량은 36.5kg에서 31.8kg로 줄어드는 등 수요가 변하는데 국내 생산은 음용유에 맞춰지면서 수급과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2026년부터는 미국·유럽산 치즈 관세가 철폐되는 등 시장 개방은 더 확대된다. 지난해 11월까지 멸균유 수입량은 2만1000t으로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하는 등 음용유 시장도 위협받고 있다. 수요가 줄었음에도 국산 ℓ당 원유 가격은 2001년 629원에서 2020년 1083원으로 72.2%나 급등했다. 이는 낙농진흥회가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도 올리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량은 쿼터로 정해져 유업체가 구입하고 있는데 정부는 2020년에만 336억원의 구입 보조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 생산-유통체제에 재정만 투입되는 셈이다.
우유 생산·소비 변화. (이미지=농림축산식품부) |
낙농진흥회의 의사 결정 구조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이사 15명으로 구성됐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 3분의 2인 10명 이상이 참석해야 이사회를 열 수 있는데 이중 생산농가 대표가 7명이다. 생산자측이 안건에 반대할 경우 이사회 개의도 불가능한 셈이다.
농식품부 “업계와 개선안 협의…생산비 절감 지원”
정부는 민생과 밀접한 품목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 결정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3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원유는 수요에 상관없이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문제점으로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라며 “수요 감안해 용도별 규모가 결정되고 용도별 가격도 차등 결정되는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그간 5차례 낙농산업 발전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 후 용도별 가격차등제 도입 등 낙농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원유는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쿼터 물량 201만t에 ℓ당 1100원의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음용유는 ℓ당 1100원을 유지한 187만t, 가공유는 이보다 낮은 ℓ당 900원에 31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ℓ당 100원인 쿼터 외 물량은 4만t을 유지한다.
전체 생산량을 205만t에서 222만t으로 늘려 농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자급률도 52~54% 수준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해외에서도 원유에 대해 용도별 가격을 차등화하고 있다. 일본은 음용유용·생크림용·버터 및 탈지분용·치즈용, 미국은 음용유용·연질제품용·경질치즈 등·건조제품용 등 각각 4단계로 나눴다.
낙농진흥회 개편도 추진한다. 이사를 현재 15인에서 23인으로 늘려 생산자측 비중을 낮추고 이사회 개의 조건을 삭제해 전문가·중립인사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안은 발전위에서 생산자단체를 제외하고 학계·소비자단체·유업계가 동의한 바 있다. 기재부는 연장선 상에서 낙농진흥회가 공공기관 지정요건에 해당되는 지 여부도 검토키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낙농산업 제도 개선안과 관련해 낙농생산자 단체, 유업계와 지속 협의하고 연내 유제품 유통구조 개선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할 것”이라며 “조사료 수입 쿼터 확대, 농가사료 구매자금 확대 등 낙농가 생산비 절감을 추진하고 프리미엄 국산 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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