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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공수처, 첫 돌 행사 '비공개'…입 닫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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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출범 1주년…"외부인사 초청·기자 간담회 無"

최소화 진행…수사 낙제점·사찰·위법 논란 부담?

법조계 "국회 보완에 손 놔…정치권 눈치만 보게 돼"

'1년간 기소 0건' 수사기관 의미 근본 문제 제기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번주 첫돌을 맞이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외부 노출 없이 자체 행사로 진행키로 했다. 권력·특권층의 부패척결을 외치며 호기롭게 출발한 공수처가 끊임없이 자초한 논란으로 그 기세를 잃은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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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1일 당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왼쪽부터),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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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오는 21일 오후 2시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다. 애초 공수처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출입 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 등도 검토했지만, 외부 인사 초청 없이 처·차장 등 구성원 28명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출범식이 열린 지난해 1월 21일 당시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외부 인사 참석 아래 취재진을 동원한 채 현판 제막식을 진행했던 것과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대국민 소통에 나섰던 것은 지난해 6월 17일 진행된 첫 간담회를 제외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일정이 전부다.

공수처가 행사를 최소화하는 것은 ‘1년간 기소 0건’이라는 초라한 수사 성적표와 저인망식 통신조회 논란,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 문제 등 쇄도하는 비판에 공수처가 입장을 드러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기자간담회 등 대국민 소통이 진행된다면 다소 곤혹스러운 질문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언론인·야당 정치인·시민사회 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 이른바 ‘사찰’ 논란에서 한 달이 넘도록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출범 초기부터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황제조사’,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력 집중 등으로 공수처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삐걱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가 ‘졸속 입법’에 있다고 평가한다. 여당은 2020년 ‘연내 공수처 출범’을 외치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을 완화하는 등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해 공수처를 탄생시켰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입법 책임자인 여당은 보안 입법 등 공수처 정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며 “그 사이 공수처는 설립 취지를 망각한 채 정치권 눈치만 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입법 문제만으로 치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사기관이 수사 결과가 없다는 점부터 문제라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는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며 이미 스스로 존재 의미를 부정했다”며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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