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8시간 회담
해법 못 찾아 긴장 계속될 듯
“외교의 창 열어뒀다” 평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8시간에 걸친 회담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다만 양측은 각자의 우려와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외교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함으로써 외교의 창은 열어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전략안정대화를 가진 후 “약 8시간 동안 솔직하고 담백한 논의를 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긴장 완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보였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그에 대한 답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지한 외교적 논의가 이뤄지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셔먼 부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진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보장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선 “애당초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보 요구에 대해 확고하나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우리는 누구도 나토 동맹의 핵심 정책이었던 문호 개방 정책을 거칠게 닫아버리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경우 “2014년(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뛰어넘는” 가혹한 비용을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한 비용에는 주요 금용 기관에 대한 제재, 주요 산업에 대한 수출 통제, 동맹국 영토에 대한 나토군 병력 강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강화 등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랴브코프 차관 역시 회담을 끝낸 뒤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 동료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어떠한 계획이나 의도도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모든 군사 준비 조치들은 러시아 영토 내에서 이뤄지고 있음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과거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을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는다는 명백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나토 비확장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문제이며 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더는 연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랴브코프 차관은 “아직 나토 비확장과 관련한 주요 문제에서 어떠한 진전도 없다”면서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연쇄 회담을 할 예정이다. 셔먼 부장관도 브뤼셀로 이동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와의 회담 내용을 설명하는 등 유럽 측과 보조를 맞출 게획이다.
미 언론들은 예상대로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미·러 양측이 외교의 창은 계속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회담에서 현격한 입장차를 줄이지 못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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