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기관장 27곳 중 9곳 공석… 캠프 합류설
'민간 전문가 채용' 취지 무색 "측근 영입 꼼수" 지적
경기도청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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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최근 임기 9개월을 남겨두고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재임 시절 추진했던 ‘열린 채용’이 도마에 올랐다. 이 사장 등 ‘열린 채용’을 통해 취임한 기관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하면서 대표 부재에 따른 업무공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산하기관 27곳 중 현재 경기아트센터, 경기관광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연구원, 경기교통공사, 경기테크노파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경기복지재단 등 9곳의 기관장이 공석이다.
경기테크노파크와 수원월드컵관리재단은 임기 만료에 따라 후임자를 내정하거나 임명했지만 중도 사퇴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후임으로 오성규 전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장을 내정했지만 성추행 사건 2차 가해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정의찬 수원월드컵관리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임명됐지만, 과거 폭행 치사 혐의로 복역한 사실이 드러나 4개월 만에 물러났다.
경기도 교통국장을 지낸 정상균 경기교통공사 사장은 임기를 2년이나 남겨 두고 지난달 말 사퇴했고,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문학진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도 올해 6월까지인 임기를 앞두고 지난해 10월 돌연 사임했다.
경기관광공사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2020년 12월 사퇴한 뒤 1년 넘게 공석이고, ‘성남라인’으로 꼽히는 진석범 경기복지재단 대표도 지난해 11월 30일 사퇴했다.
중도 사퇴한 기관장들은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우종 사장은 지난 4일 물러나면서 “사장 임명권자였던 이재명 후보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 후보가 경기지사에 출마했을 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도 임기 만료 3개월을 앞둔 지난해 11월 사퇴했다. 그는 언론에 “이 회사에서 (사장으로서) 역할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FC 고문변호사 등을 지냈고, 대선 캠프 합류가 점쳐지고 있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역시 임기 만료 직전 사퇴한 뒤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캠프에서 나왔다.
이 밖에 킨텍스,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도주식회사,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의 기관장들도 조기 사퇴 후 캠프 합류설이 제기되고 있다.
중도 사퇴하거나 불명예 퇴진한 이들 대부분은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도입한 ‘열린 채용’을 통해 들어온 인물들이다. ‘열린 채용’은 이 후보가 2018년 경기지사 당선 후 인수위원회 때부터 추진했으며, 학위나 경력 등 과도한 제한을 없애고 실적과 능력을 갖춘 민간 전문가 채용을 늘리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열린 채용'이 캠프 출신이나 측근 등 이 후보 관련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열린 채용은 결국 보은 인사를 위한 포장에 불과했다”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이들은 조직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하고 지사가 떠나면 함께 따라가기 때문에 조직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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