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등 해외 빅테크에 이어 국내 기업들도 메타버스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완벽한 메타버스가 구현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IT업게에선 올해 상당히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올해 주목해야 할 5대 메타버스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1. 애플이 만들면 다를까…역대급 '메타버스 헤드셋' 등장할 듯
메타버스 확산의 걸림돌 중 하나가 '디바이스(기기)'입니다. 지금까지 VR(가상현실) 디바이스에 대한 사용 후기는 처참했습니다. 너무 무겁고 어지러운데 심지어 비싸다는 혹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메타버스는 PC·노트북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하는데, 올해는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은 아이폰을 잇는 차세대 디바이스로 '혼합현실(M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22년 말 출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WSJ은 "애플이 2022년 말 MR 헤드셋, 2023년엔 스마트 글래스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며 "신형 헤드셋에는 애플이 독자 개발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것이 거의 확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엇보다 IT업계에선 '애플이 만들면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습니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올해 공개 목표로 차세대 VR(가상현실)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1000만대 이상 팔린 VR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2'의 후속 모델이 아니며, 새로운 고급 디바이스라는 게 메타 측 설명입니다. 공개된 내용을 종합하면 사용자의 눈동자와 표정을 실시간으로 아바타에 반영하고, 새로운 렌즈를 넣어서 오큘러스 퀘스트2보다 몰입감이 강렬하고 디바이스 크기·무게도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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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게임 엔진 개발사 유니티의 한국 지사 김범주 헤드는 "유니티가 메타와 함께 새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프로젝트 캄브리아(Project Cambria)'인데, 캄브리아는 고대 생물의 종(種)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로 메타버스 내에서 콘텐츠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메타는 AR글래스도 개발 중인데, 수년 내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메타버스와 NFT는 '환상 궁합'일까
대체불가토큰(NFT)이 메타버스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전망입니다. NFT는 메타버스에서 생성된 콘텐츠에 대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을 창출해주는 거의 유일한 디지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IT업계는 메타버스 경제권이 커지려면 NFT가 필수라고 입을 모읍니다. NFT는 예술 작품 뿐 아니라 부동산, 패션·뷰티 아이템, 콘서트 티켓 등 가상 공간에서 생산하고 거래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메타버스와 NFT의 궁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작년 말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에 나이키 상품을 착용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로블록스에 마련했습니다. 이어 NFT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RTEKT도 인수했습니다. 나이키의 로고가 붙은 스니커와 의류 등을 NFT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아디다스는 작년 12월 중순 NFT 인기 컬렉션인 BAYC(Bored Ape Yacht Club)와 펑크스 코믹스, NFT 인플루언서 지머니(gmoney)와 손잡고 약 3만개의 NFT를 내놨는데 2300만달러(약 273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아디다스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더샌드박스에서 가상의 부동산을 매매해서 한정판 콘텐츠와 체험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도 라인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작년 말 첫 NFT를 발행했습니다.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인 '컴투버스'를 구축하는 컴투스는 사용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할 예정인데, 일부는 NFT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NFT는 상표권·저작권 문제, 연동된 가상화폐의 가치 변동성과 거품 논란 등 현재로선 약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메타버스와 NFT가 점점 결합되는 경향은 올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일하고 놀고 쇼핑하는 등 일상이 이뤄지려면 NFT 사용 여부가 관건"이라며 "메타버스에서 NFT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고 말합니다.
3. 억대 연봉 메타버스계 크리에이터·기획사 늘어날 듯
유튜브 등에서 활성화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창작자 경제)가 메타버스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제페토에 최근 20·30대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크리에이터가 유입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2D·3D(차원) 이미지·애니메이션 제작 지식·노하우만 있으면 누구나 제페토 아바타가 입을 수 있는 상의·하의, 악세사리, 매니큐어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크리에이터가 원피스를 만들어 가격을 책정하고 제페토에서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제페토에는 이미 백만명 이상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달 수백·수천 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스타 크리에이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800만명 이상인데, 이 중 130만명이 수익을 올리고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 버는 사람은 300명이 넘습니다. 디센트럴랜드도 사용자들이 땅에 지을 건물이나 아바타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디지털 도구(빌더·builder)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향후 메타버스엔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면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나겠죠.
메타버스에서도 SNS처럼 수십 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삼성, 현대차 등 국내외 대기업들도 뛰어들면서 크리에이터와 기업이 손잡고 디지털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가상 이벤트를 여는 등의 협업도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튜버를 돕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처럼, 유명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를 돕는 회사 역시 늘어날 전망입니다. 기업이 개인 유튜버의 채널을 수억원에 인수하는 것처럼, 메타버스 계정도 매물 리스트에 올라갈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4. 40·50세대 '꽃중년'도 메타버스에 올라타나
지금 메타버스 플랫폼 주요 사용자는 알파세대(10대)와 MZ세대(20·30세대)입니다. 네이버의 제페토는 전체 사용자의 80% 이상이 13~18세입니다. 미국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도 16세 이하가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마인크래프트 역시 대다수의 사용자가 10대입니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와 NH농협은행의 독도버스는 MZ세대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땅), 캐릭터, 작품 등 메타버스 내 거의 모든 아이템에 NFT를 적용할 수 있는 디센트럴랜드와 샌드박스도 플랫폼 특성상 이른바 '코인'시장에 관심이 많으며 온라인 PC·스마트폰 게임에 익숙한 20·30대 사용자가 많습니다.
반면 국민 3명 중 1명인 40·50대는 현실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지만 메타버스 참여는 저조한 편입니다. 지갑이 두텁고 시간 여유도 있는 60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장년층을 흡수할만한 메타버스가 현재 없다는 의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층이 당연하게 여기는 아바타의 '점프' 기능만 해도 어렵다고 느끼는 중장년층이 많다"며 "유튜브나 카카오톡처럼 중장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처럼 '메타버스 장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폰·키오스크 교육 프로그램에 '메타버스'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몇 분만에 뚝딱…사람 같은 '디지털 휴먼' 쏟아진다
디지털 휴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전자, 금융, 유통,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기업들이 앞다퉈 디지털 휴먼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인간, 디지털·버추얼 셀럽, 메타휴먼 등은 용어만 다를 뿐 가상 세계에서 현실의 사람처럼 활동하는 디지털 휴먼과 같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의 아바타, LG전자의 모델 '래아', 신한라이프의 모델 '로지', 롯데홈쇼핑의 쇼호스트 '루시', 스마일게이트의 모델 '한유아' 등 디지털 휴먼이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직업도 기업의 광고모델이나 연예인에서 아나운서, 금융 상담원, 학습 교사 등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AI) 과 3D그래픽 기술, 클라우드 등 기술 발달에 힘입어 진짜 사람 같은 모습에 능력이 갈수록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또 누구나 쉽게 디지털 휴먼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앱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를 이용하면 게임 개발자와 크리에이터가 고품질의 디지털 휴먼을 단 몇 분만에 만들 수 있습니다.
IT업계에 따르면 지금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디지털 휴먼은 약 1000여명. 앞으로는 '무명'의 디지털 휴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공간도 현실세계처럼 생생하게 구현될텐데, 디지털 휴먼이 메타버스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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