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장이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내음성통화 내역 조회 자료를 보이며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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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사찰인지 여부를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무차별적 불법사찰”이라며 출석한 김진욱 공수처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김 처장은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검찰과 경찰도 조회했는데 왜 공수처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관련 현안질의를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 86명을 털었는데 그 이유가 뭐냐”며 “고발사주 의혹 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김웅, 정점식 의원 두 사람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고발사주 의혹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년대 독재정권에서도 야당 대선 후보와 야당 국회의원에 대해서 이런 식의 무차별적인 불법사찰을 자행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사찰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법에 의해서 거기에 맞게 청구를 해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김 처장은 “왜 저희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그러시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야당 국회의원님들 통신자료 조회를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윤석열 후보님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이 3회, 중앙지검에서 한 게 3회, 배우자님(김건희씨)에 대해 한 게 저희가 1회, 검찰이 5회”라며 “지난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된 통계를 봤는데, 검찰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게 59만7000건, 경찰에서 한 게 187만7000건이고 저희가 135건”라고 말했다.
쟁점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불법 사찰인지 여부다. 민주당과 공수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른 합법이라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통신자료’는 이동통신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비스 가입·해지일 등의 정보다.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 없이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받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문자 메시지 전송 일시, 발신 기지국 위치 등의 정보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라 영장이 있어야만 이동통신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사건과 관계 없는 이들의 통신자료까지 조회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므로 불법사찰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을 보면 범죄 수사를 위해서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통신자료가 조회된) 국민의힘 86명 중에 김웅, 정점식 의원을 제외하고 고발사주 의혹 사건과 관계된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에 규정된 제한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료조회를 한 것이다. 이게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에 비해서도 공수처가 과도한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검찰은 240만건 사건에서 280만건 통신 조회를 했다. 그러면 1건당 2.2회를 조회한 것”이라며 “근데 공수처는 세 사건에 수백건을 조회했다. 당연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처장은 “앞으로 좀 더 유념해서 너무 (조회) 범위가 넓지 않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찰을 해서 앞으로 수사에 있어서 범위를 최소한 줄여서 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사찰 주장을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그 근거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에 검찰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수행비서 통신자료를 조회해 사찰 논란이 불거졌던 일을 들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당시)조선일보는 ‘통신자료 조회는 통신수사의 한 수단일 뿐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제기한 사람(윤 후보)도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똑같은 내용이 그대로 해당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은 현안질의에 앞서 회의장 앞에서 ‘불법사찰 공수처장 즉각 사퇴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김 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 공수처의 무분별한 민간인 사찰로 인해서 공수처가 마치 국민에게 공포를 일으켜주는 하나의 정부 기관이 된 거 같다”며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 일환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60~70년대 중앙정보부 비슷한 형태의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말했다. 김 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권력기관이 정치 개입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공수처의 처사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독립 기구”라며 “청와대가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설희·박순봉·박광연·탁지영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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