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매달 1천200여명 알프스 통해 이탈리아→프랑스 잠입 시도"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로 가는 난민들 옆을 지나는 스키어 |
신문은 이번 겨울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향해 눈 쌓인 알프스를 넘는 난민이 매달 1천200여 명에 이른다며, 동상으로 인해 손발은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여정이지만 영국해협으로 가려는 이들을 무엇도 가로막지 못한다고 전했다.
올해에는 2019년과 지난해보다 더 많은 난민이 이탈리아 클라비에르와 바르도네키아에서 알프스를 넘어 프랑스로 가는 8시간의 목숨 건 여행을 하고 있다. 클라비에르는 높이가 1천600m로 상대적으로 낮아 알프스에서 프랑스로 넘어가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이 경로에서 지난 4년간 6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위험을 무릅쓰는 난민이 늘어 앞으로 수 주간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1월 이곳에서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알프스를 넘으려다 길을 잃고 구조된 알제리인 압둘라(38)는 "영하 12도에 눈은 허리까지 올라왔다. 손으로 눈을 헤치며 나가다 보니 금방 손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적십자 순찰대에 구조돼 다시 이탈리아로 후송된 뒤 병원에서 동상을 입은 손가락을 양손에서 두 개씩 절단해야 했다.
그의 이야기는 그러나 고향에서 밀려난 난민들에겐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이란에서 발칸반도를 통해 이탈리아에 들어온 이들은 얼어붙은 알프스를 넘을 수만 있다면 영국해협을 건너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곳은 많은 스키 슬로프가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을 가로질러 뻗어있는 스키 휴양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눈 속에서 헤매는 난민과 마주치기도 한다.
압둘라를 구조한 이탈리아 적십자사 미셸 벨몬도(29)는 "이곳의 슬로건은 '국경 없는 스키'"라며 "이 국경을 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 옆으로 스키어들이 마치 국경이 없는 것처럼 오가는 것을 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알프스를 넘는 난민들은 추위와 눈을 이겨내더라도 쌍안경으로 산등성이를 지켜보는 프랑스 경찰의 감시망을 피한 뒤 10∼15㎞에 걸쳐있는 중간지대를 지나서야 파리행 기차가 있는 프랑스 브리앙숑에 도착할 수 있다.
일단 브리앙숑에 도달한 난민은 체포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지만, 그 전에 중간지대에서 붙잡히면 다시 이탈리아 클라비에르로 돌려보내 진다.
벨몬도는 "알프스를 넘어왔다 해도 프랑스 쪽에 있는 첫 마을에 경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을 죽음에서 구하는 것과 그들이 국경을 넘도록 도와주는 것 사이에 선을 긋기는 어렵다면서 "적십자는 중립적이기에 지도는 줄 수는 없지만, 긴급 전화번호와 담요, 따뜻한 차는 출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뒤 국경 인근 부솔레노에서 적십자 자원봉사를 하는 압둘라는 "난민들이 어떤 각오인지 알기에 그들에게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며 "다만 내 손을 보여주면서 더 조심하라고, 어려움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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