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내신기자 대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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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던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인정했다.
정 장관은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정부 고위당국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보이콧, 북한의 올림픽 불참,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관련국 정상들이 올림픽에 참석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계기를 이용해서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은 검토하지 않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참석할지 여러 상황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정부 대표단을 보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 “종전선언 문안에 관해 (미국과)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북한과의 협의는 어떻게 진전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한·미 합의한 종전선언 문안이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이날 한국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북한과 중국과는 특수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며 “(북·중은) 우리나라의 안보와 직결돼서 협력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직접적인 동참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북·중의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현실인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수장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끝까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전날 “최소한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논의를 해도 의미가 없다”며 한국 정부에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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