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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내년 8월 이후 '전세대출 절벽' 오나…보증금 수억 올랐는데 대출은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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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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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2년을 맞이하는 내년 8월 이후 전세대출이 급증하며 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세보증금 수억원씩 올랐는데 가계부채 총량규제로 대출받기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60조원으로, 2016년 말(36조원) 대비 124조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보면 344%에 달한다. 이는 급등한 전세 보증금 상승분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 수요도 더욱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늘어난 가계대출의 39%는 전세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전세대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2년 차가 내년 7월 말에 돌아오기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은 전세 기간 만료 시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문제는 계약갱신청구권 생사는 한 차례만 할 수 있다는 저이다. 작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갱신계약 만료 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계약을 갱신한 임차인이 2년의 기간 만료 이후 같은 집에서 살기 위해 올려줘야 하는 전셋값은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1월 기준 약 6억3224만원으로, 임대차법 시행 전인 작년 7월(4억6458만원)보다 1억6766만원 상승했다. 서울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8530만원에서 11억6285만원으로 3억7755만원이나 뛰었다. 2년 사이 보증금 상승폭이 수억원이 이르다 보니 결국 갱신계약 만료 가구들은 은행 대출 창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출자(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전세대출이 빠지면서 전세대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출 공급 여건은 올해보다 더 빠듯해져 차주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총량규제에 전세대출이 다시 포함되는 데다 전세보증금 상승분보다 전세대출 잔액 증가 폭이 더 크다고 보는 금융당국이 내년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더욱 강도 높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내년도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는 4.5% 안팎이다. 이는 대출 규제가 강했던 올해의 연간 목표치(5%)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내년도 업무계획에서 전세대출 공적보증 과잉의존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증기관 의존도를 낮출 경우 결국 대출한도 축소나 대출 거절,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전세대출을 조이면 서민층 세입자가 큰 충격을 받는 만큼 결국 정책당국이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규제 예외 적용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에도 일부 은행에서 총량 한도 소진으로 전세대출 취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돼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야기되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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