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대변 정체성 잊고 관심쏠린 부동산문제 매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부탁해'라는 주제로 열린 국민반상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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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노동 없는 대선 공약’을 놓고 민주당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세제 완화’ 등 ‘표심’을 쫓는 공약에 집중하면서, 막상 유권자 상당수가 해당되는 노동 정책에 대해선 논란을 우려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당 내에선 “민주당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지난 7월1일 민주당 대선후보 출마선언 이후 이날까지 경선과정에서 25차례, 본선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까지 포함해 37차례 공약을 발표했다. 주로 이견이 없고, 숫자로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공약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집권 뒤 5년간 135조원 투자 △벤처투자 예산규모 2027년까지 10조원으로 대폭 확대 △2030년까지 달 착륙 프로젝트 완성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서울·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 등을 잇따라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 정책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교사·공무원의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가 거론된 것이 전부다. 지난 대선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비정규직 감축을 위한 공공부문 상시 일자리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제정,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축소 등 노동계 주요 현안을 망라한 공약을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선대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원 등으로 초반에 큰 논란을 빚으면서 당내에서도 트라우마가 있다. 무엇보다 노동은 예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첨예하니까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노동공약을 내놓는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최저임금의 경우,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고 한다. 정년연장(법적 정년 60살) 등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청년세대와 갈등, 기업과 갈등 등을 고려해 언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가 추진 의사를 밝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교사·공무원 타임오프제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는 전체의 10~15% 정도”라며 “(사업주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1년11개월 만에 잘리는 청년들이 부지기수인데 그걸 더 중점적으로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 등 하층 노동 현실에 더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노동관계법 차별 등 노동 현안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문제에 더 방점을 둬야 하는데 지금은 부동산으로 두들겨 맞다 보니까 거기에만 매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 지도부 의원도 “소년 노동자 출신인 이 후보가 노동 정책을 주요하게 들고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은 노동을 잘못 들고나오면 표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는 거 같다”며 “이 후보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건 강자와 맞서 약자를 지키는 이미지인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아닌 거 같다. 부동산 행보 등을 보면 정체성과 다르게 가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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