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홍콩 홍콩대 교정에 설치돼 24년간 전시돼 있던 중국 천안문 사태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22일(현지 시각) 철거됐다. 홍콩대는 23일 '수치의 기둥'을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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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홍콩 홍콩대 교정에 설치해 24년간 전시해왔던 중국 천안문 사태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위 사진)이 철거됐다고 BBC 등 외신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홍콩대는 전날 철거한 ‘수치의 기둥’ 을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BBC는 조각상 철거가 중국 당국이 주도하는 천안문 사태 흔적 지우기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철거 작업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비운 방학 기간 한밤중에 기습 진행됐다고 한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형상화했다. 높이 8m, 무게는 2t에 달한다.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해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연합회(지련회)에 기증했고, 지련회가 홍콩대에 전시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천안문 시위 추모 촛불 행사를 진행해왔다. 이 단체는 홍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압박을 받다가 지난 9월 말 자진 해산했다. 앞서 홍콩 당국은 시위 관련 자료가 있는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계정도 폐쇄했다. 홍콩대는 지련회의 조각상을 계속 전시했을 때 법적 위험이 있는지 외부 법률 자문을 했고, 이에 근거해 철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각상을 만든 갤치옷은 지난달 “동상을 다시 덴마크로 가져오기 위해 직접 홍콩으로 가겠다”며 자신에게 홍콩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대학 측은 사전 고지 없이 동상을 철거했다. 갤치옷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희생자 묘지에 가서 묘비를 훼손한 것과 같다”며 철거 행위를 규탄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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