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적시 않고 “진상조사 착수”
군 당국, 이례적 문제제기 ‘당혹’
“사전 신고 안 된 일행 문제삼은 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0일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전방관측소(OP)를 찾아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들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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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군 당국은 유엔사의 이례적 문제 제기에 당혹스러워했다.
유엔사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0일 백골부대 OP(관측소)의 민간인 출입이 최전방 사단에서 허가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유엔군사령관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 규명과 정전협정 준수를 훼손하는 행위가 반복되거나 민간인을 필요 이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엔사가 지적한 민간인 출입 건은 지난 20일 윤 후보와 일행이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최전방 OP를 방문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당시 윤 후보는 강원도 철원의 최전방부대인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한 바 있다. 윤 후보는 3사단에서 제공한 위장 무늬의 기능성 방한복과 방탄 헬멧, 민정경찰 완장을 착용했다. 유엔사는 보도자료에서 윤 후보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제10조는 유엔군사령관이 비무장지대(DMZ) 이남 지역의 민간행정과 구호를 책임지며, 필수활동을 제외한 모든 출입을 밀착 통제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유엔사는 “불행히도 지난 20일 최전방 사단은 이러한 법적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유엔사 승인 없이 민간인들에게 (전투원 표식에 해당하는) 군복을 입히고 추가인원이 DMZ에 출입하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또 “민간인들에 대한 위협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특별히 지정해 통제하고 있는 지역을 (민간인들이) 벗어나는 것도 허용했다”면서 “유엔사는 DMZ 내 17개 장소를 지정해 철저한 규정 준수 하에 민간인 출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운영 권한을 한국군 전방사단에 위임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이로 인해 “(민간인들이) 필요 이상으로 위험에 처하게 했다”면서 “(정전협정) 불이행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이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가 완료되면 정전협정과 한국 정부와의 상설협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7월 18일 당시 새누리당 경선후보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강원 철원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해 백골부대 최전방 초소에서 쌍안경으로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유엔사가 한국의 유력 대선 주자의 국군 최전방부대 방문과 관련해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조사 방침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한국 정치인들이 군복을 입고 DMZ 최전방 부대를 방문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유엔사는 과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군복을 입고 3사단의 DMZ 유엔사 관할구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엔사의 이번 입장 표명을 놓고 ‘과잉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동안 유엔사는 ‘종전선언이 되면 유엔사의 존립근거가 없어져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유엔사 조직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의 백골부대 관측소 방문은 국방부의 출입허가를 얻어 진행했으며, 군복 착용도 해당부대의 안내를 받아 이뤄졌다”면서 “국방부가 (관련 사항을) 고지해 주지 않았다면 국방부가 실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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