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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아한 루저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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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학의 기원과 21세기 전환·동양학의 길을 걷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우아한 루저의 나라 = 고혜련 지음.

한 세기 전쯤 한반도를 방문한 독일인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에 한국을 다녀간 독일인 3명의 글을 통해 이 물음에 답한다.

독일 공무원이었던 크노헨하우어는 1898년 강원도 금광에서 작업을 관리하다 이듬해 6월 귀국길에 올랐고, 1901년 한국을 주제로 강연했다.

크노헨하우어는 "조선은 우리에게 그저 이름만 알려진 나라였다"며 "조선이 중국, 일본보다 문화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이 사실상 쓸모없는 나라였다면, 이웃 국가들이 그들을 그토록 종속시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러시아 혹은 일본이 조선을 삼킨다면, 우리에게는 전자가 더 쾌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은 1913년 한국과 일본을 돌아본 예술사학자 예센이 남긴 여행기와 1933년 압록강과 백두산 부근을 답사한 지리학자 라우텐자흐의 기록이다.

저자는 "예센의 눈에 비친 우아한 루저의 원형 '조선 선비'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다"며 죽음을 불사하고 일제에 항거한 조선 선비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 강조한다.

정은문고. 320쪽. 2만2천 원.

연합뉴스


▲ 지경학의 기원과 21세기 전환 = 이승주 외 지음.

정치학과 지리학 등을 전공한 연구자 6명이 '지경학'에 대해 쓴 논고를 모았다. 지경학(geoeconomics)은 '지리경제학'을 뜻하며, 지리적 특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신욱희 서울대 교수는 지경학 개념이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현대 지경학 관점을 보면 경제와 안보가 상호 작용한다고 짚는다.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중국 지경학의 기원'을 다룬 글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천하 체계와 책봉·조공 체계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성급하다"며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변국을 압박하는 공세 전략과 회유하는 방어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을 논한 이승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한국에서 경제 개방과 자유무역을 뒷받침하는 담론적 기제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경제영토'라는 개념이 과연 유효한지 반문한다.

사회평론아카데미. 262쪽. 2만 원.

연합뉴스



▲ 동양학의 길을 걷다 = 정재서 지음.

신화학자이자 중문학자인 정재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엮어 펴낸 단행본.

동양학이라는 틀로 정치와 사회를 분석한 논설과 서평, 대담, 토론 등을 담았다.

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현대인은 마치 무슨 특권을 가진 존재인 양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 전염병이 과학만능주의 시대에도 언제든 도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푸른사상. 320쪽. 2만6천 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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