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운 상인들
연 3650% 이자 불법사금융 몰려
메신저 피싱도 2.6배 늘고
저신용 상품 이용 위해 신용점수 깎아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경기도의 전통시장 상인 278명은 미등록 대부업자 2명에게서 3년 동안 총 6억7000만원을 빌리며 최고 연 3650%의 이자를 냈다. 이같은 이자율은 현행 대부업법상 최고 금리 연 20%의 180배가 넘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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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점수가 900점대라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가 안나온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도 받았고 다른 방법으로도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에는 저금리의 저신용자 융자 서비스를 받기 위한 의도적인 신용점수 떨어트리기 비법(?)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대출이 막힌 이들이 현금을 융통할 편법을 쓰는 것이다.
사상 최대로 늘어난 가계빚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자,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고금리의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거나 일부러 신용점수를 낮추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영업 상황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이 정책 부작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소상공인은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에 적발된 불법 대부업자 21명은 경기도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연 3750%의 이자를 받아 이익을 편취했다. 이보다 앞서 전국적인 조직망을 만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 7900여명에게 최고 연 5214%의 이자로 400억원대의 불법 대부를 한 일당 46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저금리의 저신용자 융자상품이 등장하자, 자영업자들이 일부러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 신청을 받고 있는데, 버팀목플러스 또는 희망회복자금을 지원받은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 소상공인 중 신용평점이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799점 이하인 경우가 대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러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가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현 신용도로 은행 대출이 꽉 찬 소상공인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신용도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고신용 자영업자의 경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지만, 금리가 높다. 반면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 상품은 대출 금리는 1.5% 고정이며 한도는 2000만원이다. 대출실행일로부터 6개월간 이자상환도 유예된다. 신용도를 떨어트려 저신용·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하려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가계대출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5%보다 낮은 4.5% 수준으로 더 조일 계획이고 저축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등 제2금융권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업체로 몰리거나 신용도를 떨어뜨려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선 이에 따른 불법 사금융 이용이나 신용점수 하락 등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신용도 하락 기록은 앞으로 금융기관 거래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범죄 노출도 유의할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와 고용 취약 계층 등에게 대출 안내 문자 등 메신저 피싱을 이용한 방법으로 가로챈 피해액이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6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향후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내년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 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계획은 이달 중 확정할 계획이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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