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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李 “삼성이 기본소득 얘기하면 어떤가, 이재용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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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해체” 외치다가 親기업 이미지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일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삼성이 기본 소득을 이야기해보는 게 어떻겠냐.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 소득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기본 소득 정책 추진 의지를 피력한 동시에 친(親)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에게 기본 소득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이 후보는 “나중에 시장이 다 죽으면 수요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기업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소한 경제의 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면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할 하나의 대책으로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디지털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이런 사람들이 기본 소득을 도입하자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기본 소득을 위한 재원의 상당 부분은 삼성 같은 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자신이 친기업적 성향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친노동 인사인 건 맞는데 친기업과 친노동이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7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받자 “이 부회장을 구속하고 재벌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경제계 인사 영입을 비판하며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친재벌, 부패 기득권 인사 영입은 중단하자”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잇따라 재계 인사들을 만나며 ‘친기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친기업 광역단체장 조사에서 압도적 1등을 했다”고 했고, 같은 달 24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저는 기업 친화적인 정치인”이라고 했다.

삼성 연구원들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후보에게 확장 재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 비율이 낮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더 써도 되고, 수요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통해 경제 규모가 대폭 확대되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아니라 기회를 줄 수 있다”며 “필요한 부분만 잘 쓸 거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고 홍정민 대변인은 전했다. ‘공공 배달 앱’과 같은 정부의 시장 참여가 민간 영역을 침범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공에서도 성공했다면 그건 규제를 했다거나 혁신을 저해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으로 전북 지역을 찾았다. 그는 전주한옥마을에서 현장 연설로 “국민이 이해 못 하고 동의 못 하면 하지 않는 게 옳다”며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본 소득, 국토보유세 등 공약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저녁 식사를 했다. 정 전 총리는 “이재명의 승리는 민주당만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재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출범식 때 총리님이 더 이상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해서 눈물이 났었다. 감사하다”고 했다.

[전주=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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