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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교실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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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온돌은 북방 문화권에서 우리만이 독특하게 발전시킨 난방 기술이다. 화로로 난방을 하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중층 건물을 볼 수 있다. 벽난로를 사용한 유럽은 산업혁명을 지나면서는 중층 건물에서 고층 건물로 진화하며 엘리베이터도 함께 발전시켰다. 온돌에 난방을 의존한 우리는 거의 대부분 건물이 단층이었다. 온돌이 우리 건물을 단층으로 제한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구조는 의식과 문화를 결정한다.

내 친구가 쓴 '남자의 탄생'(전인권 2003)은 비평가들이 '단 한 권의 책'으로 선정할 정도로 화제였다. 전인권은 '이중섭평전' '박정희평전' 등 수많은 화제의 책을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남자의 탄생'은 남자들의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1957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해석하는 작업이다.

옛날 아궁이가 있는 부엌은 어머니의 공간이다. 따뜻한 아랫목은 아버지의 공간이고 권위다. 밥상이 여자들만의 부엌에서 차려져 안방으로 건네지면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드는 것으로 식사라는 의식이 진행된다. 남자아이들은 부엌에 들어가면 혼이 났고 남녀는 서열화되었다. 1970년대 대중화된 아파트와 양옥의 서구식 입식 부엌은 구조가 다르다. 부엌과 식탁은 붙어 있으며 여기서는 남자아이에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등의 가르침은 통하지 않는다. 사회의식 변화와 함께 남자가 요리하고 부엌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몇 년 전 순천에서 시작한 '기적의 놀이터'가 화제다. 그전에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든 놀이터는 미끄럼틀 시소 철봉 등으로 구성되었다. 바닥에 안전장치를 깔아두면 놀이터가 완성되는 천편일률이었다. '기적의 놀이터'는 발상을 바꾸어 아이들이 주체가 돼 놀이터를 만든다. 꿈과 도전과 상상 그리고 모험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디즈니랜드를 조성할 때 회사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술자들을 모아 이매지니어(imagine+engineer)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이 세상에 지금껏 존재하지 않는 놀이동산을 만들라"는 임무를 주었다. 그런 꿈을 실현하는 몽상가를 기적의 놀이터에서 기대해본다.

요즘 학교의 재구조화가 시작되었다. 근대화 초기와 정부 수립 시기에 대대적으로 들어선 초·중·고교는 사각형 운동장과 건물로 구성되었다. 직사각형 건물은 1층 교무실에서 시작해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공간을 배분한다. 엄격한 규율과 주입식 시대에 맞는 건물이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진행하면서 학교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로 했다.

마침 옛 학교 건물도 수명이 다해서 재구조화해야 한다. 마을공동체와 소통하는 공간이나 집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공간 등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교실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선생님의 일방적 강의 공간이 아니다. 한번 구조를 잘못 놓으면 수십 년간 잘못된 경로를 가게 된다. 미래의 부존자원인 학교의 재구조화에 창의적인 시선을 집중하자.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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