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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태원전' 본래 현판 있는 줄도 모르고…엉터리 복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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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서체 달라…글씨 원래 금색인데 2005년 제작 현판은 흰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판' 보고서…문화재청 "내년 조사용역"

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 '태원전' 현판(위쪽)과 건물에 걸려 있는 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상현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재 당국이 조선 후기 제작된 경복궁 태원전(泰元殿) 현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몰라 2005년 이 건물을 복원하면서 글자 색상과 서체가 잘못된 현판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태원전 현판은 최근까지도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거의 제기되지 않은 유물로, 경복궁 복원을 추진한 문화재청과 방대한 문화재를 소장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이에 긴밀한 협력 체계가 없어 일어난 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독립된 외청이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문체부 소속 기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일 공개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판' 보고서에 따르면 태원전에 걸렸던 편액은 검은색 바탕에 금색으로 '태원전'(泰元殿)이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경복궁이 중건된 1868년 이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크기는 가로 166.5㎝·세로 69.3㎝이다

보고서는 "태원전은 경복궁 향원정 서쪽에 있던 20칸짜리 건물로, 태원은 '하늘'을 뜻한다"며 "신정왕후와 명성황후가 승하했을 때 빈전(殯殿·장례를 치르고 능에 안장하기 전까지 관을 모셔두던 곳)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으며, 헐린 시기는 알 수 없으나 2005년 원래 자리에 복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판에 대해 "글씨를 쓴 이는 알 수 없으나, 필치가 단정해 당대 명필로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경복궁 태원전에 걸린 현판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이며, 서체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과 다르다. 이 현판 글씨는 2018년 별세한 서예가 양진니가 썼다고 알려졌다.

문화재청이 2005년 발간한 '경복궁 태원전 권역 중건 보고서'에는 태원전 현판이 보존돼 있지 않은 것으로 명시됐다.

아울러 역사건축기술연구소가 2015년 문화재청에 제출한 '궁궐현판 고증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태원전 현판은 현대에 변형된 현판으로 분류되지 않았으며, 문화재청이 이듬해 발표한 '명확한 오류가 확인된 현판' 명단에도 태원전 현판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소속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해 12월 발행한 '조선왕실의 현판Ⅰ' 자료집 주석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조선총독부 박물관에서 이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복궁 서문 영추문과 건청궁, 태원전 등 일부 현판이 남아 있다"고 간단히 기술했을 뿐, 태원전 현판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자료집을 작성하면서 박물관 소장품 검색 누리집인 e뮤지엄에서 태원전 현판을 확인했다"며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태원전 현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은 박물관 사람들 사이에는 알려졌을 것"이라며 "경복궁 복원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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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복궁 태원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재청은 2016년 이후 경복궁 복원 과정에서 엄밀하게 고증하지 못해 오류가 드러난 현판을 교체해 왔다. 일례가 향원정 현판으로, 검은색 바탕에 금색 글씨에서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바꿨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은 옛 현판의 바탕과 글씨 색상을 알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씨로 확정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태원전 현판의 문제점은 알고 있었다"며 "내년 상반기에 경복궁 내 복원된 건물 현판의 변화 여부에 관한 조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는 "태원전 현판은 명백히 잘못된 복원 사례"라며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에 태원전 현판이 현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색상과 서체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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