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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지지부진, 정말 '김종인' 때문일까 [겹눈으로 대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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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겹눈입니다. 수많은 낱눈으로 들어온 영상을 모아 사물을 모자이크로 식별합니다. 사람의 눈보다 넓은 시각, 더 많은 색깔구분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선레이스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거칠고 복잡한 대선판을 겹눈으로 읽어드립니다.
한국일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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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99일이 남았다. 100미터 경주라기엔 길고 마라톤이라기엔 짧은 기간이다. 지난 칼럼(11월 16일자 불안만 키운 이재명의 '카쓰라-태프트' 발언) 이후 2주 동안 이재명 후보는 마치 스프린트 트랙에 올라선 듯했다. 선대위와 당직을 개편해 고삐를 다잡았다. 후보 일정과 메시지의 양을 늘려 언론 노출도를 높였다. D-100을 앞두고는 4박 5일 동안 호남 일정을 수행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출 이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 고착화되면 역전의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라면 옳은 것이다. 전략과 기조가 여전히 불분명한 점은 있지만 후보 본인의 치열성과 결기를 드러내기엔 부족하지 않은 내달림이었다. 지지율 격차도 확 줄었다.

이 후보의 몽골기병식 질주와 대비되는 것이 윤석열 후보의 게걸음이다. 후보 개인은 물론, 캠프의 일정과 메시지가 너무 빈약했다. 그동안 측근으로 불리던 장제원 의원이 "원톱이 되시라"는 편지를 남기고 선대위 불참을 선언했고 자녀 청탁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중인 김성태 전 의원이 직능총괄본부장 자리에 올랐다가 사퇴했다.

지지율이라는 것이, 계속 우상향할 순 없는 것이고 후보나 캠프 입장에서 숨고르기를 할 시점인 것도 맞다. 그런데 방향성을 내비치는 포석이랄 것도 없이 의미 없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이런 지지부진함은 결국 '김종인'이라는 세 글자로 귀결된다. 이십여 일 동안 '원톱' '3김' '총괄' '상임' 등의 단어만 둥둥 떠다니면서 후보도 캠프도 쳇바퀴만 굴렸다.

흔히들 인물, 구도, 바람을 선거의 3대 축으로 꼽는다. 그중 구도의 힘을 쳐주는 사람들이 많다. 구도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유리하다. 출렁거리는 여론조사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지되는 것이 정권교체론과 정권재창출론의 격차다. 윤석열이 바로 이 구도를 상징하는 인물이고 그 구도의 힘으로 정치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 후보 자리를 차지했다.

윤석열이 올라타 있는 구도의 힘은 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단하기까지 하다. 전통적 보수지지층은 정치적 정체성이나 역사성 대신 정권교체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2020년 총선 패배 이후 이방인 김종인에게 당의 전권을 줬었고 오세훈과 안철수의 단일화를 열었고 0선 이준석을 당대표로 뽑았다. 그리고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올려세웠다.

"탄핵이든 뭐든 과거사는 신경 쓰지 마라, 후방은 걱정하지 말고 중도로 전진하라"며 후보와 캠프에 사실상 프리패스를 쥐여준 셈이다. 정치 경력 없이 시작했으니까 조직과 전통적 지지층 위주로 경선을 진행했거니 이해하지만, 본선에선 당연히 과감히 중원을 공략하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예상 밖이다. 이준석 하나를 빼놓으면 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모두 5070 남성들이다.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도 경선 때와 별 다를 바가 없다. 이게 다 김종인 때문인가?

지금 분위기에선 김종인이 안 오면 중도 공략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 후보가 그렇게 강조해마지 않는 '당중심 선거'가 진행되면서 4·7 재보선 이전까지 많이 봤던 소모적 참호전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무조건 진다는 건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라면 김종인이 와도 문제다. 전방과 중도와 확장은 김종인, 후방과 보수와 현상 유지는 윤석열의 몫처럼 구획될 수 있다. 그러면 2030 청년은 이준석과 홍준표의 몫이 되나? 분권형 캠페인?

김종인의 합류 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오면 꽤 많은 난제들이 풀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윤석열의 본질적 과제는 그것이 아니다. 본인이 프런트 라인에 서야 한다.

한국일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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