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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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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확장에 공급망 혼란 겹친 인플레 '퍼펙트 스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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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협회,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 상관관계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현재의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공급망 혼란에 각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맞물린 결과여서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발간한 '퍼펙트 글로벌 인플레이션 스톰'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퍼펙트 스톰은 경제에서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 배가돼 큰 위기에 빠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보고서의 제목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퍼펙트 스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선 10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6.2%, 캐나다 4.4%, 독일 4.5%, 영국 4.2% 등으로 선진국들의 물가가 심상치 않다.

신흥경제국(EM)들은 더 심각하다. 이들 국가의 평균 물가 상승률은 9.1%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물가를 부추긴 주요 요인은 우선 에너지 가격 상승세다. 브렌트유의 10월 평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았고, 천연가스의 가격은 북미 가격지표인 '헨리 허브' 기준 MMBTU(열량 단위)당 5.5달러로, 2014년 2월 이후 최고였다.

보고서는 에너지 가격이 근원 물가로 전이되는데 통상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원 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증 연구 자료를 보면 에너지 가격의 영구적 상승이 수년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한 재정지출과 통화완화 정책이 통화량 증가를 낳았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세계 각국의 2019년 말∼올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광의 통화량(M2 기준)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광의 통화량이 많이 증가한 국가의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통화주의 이론에서는 산출량이 일정하면 통화량이 늘어날수록 물가가 오른다.

보고서는 이런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미국, 캐나다, 브라질과 일부 다른 신흥경제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내년 혹은 2023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과 광의 통화량간 상관관계
[국제금융협회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저장 금지]



특히 공급망 혼란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된 동력이었다면 중국, 일본,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영향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1.5%), 일본(0.1%), 스위스(1.2%), UAE(1.2%) 등은 모두 10월 물가 상승률이 2% 미만이었다.

보고서는 이런 차별화 현상을 국내총생산(GDP)갭의 차이로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의 GDP갭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0.6%로 플러스가 된 뒤 내년에 3.3%로 더욱 커지고, 캐나다의 GDP 갭은 올해 -1.0%에서 내년 0.8로 플러스가 된다.

이와 달리 한국과 일본의 GDP갭은 그 수치가 점점 줄긴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간 차이로, GDP갭이 플러스이면 실제 경제가 물가 불안을 야기하지 않은 정도(잠재 GDP) 이상으로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즉, 경기가 과열됐다는 것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음을 뜻한다.

연합뉴스

세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갭
[국제금융협회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저장 금지]


보고서는 현재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라면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통화정책을 조일 필요가 없지만,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이 아니라 점차 고착화하고 있다고 봤다.

또 브라질, 칠레, 멕시코, 러시아 등 신흥경제국은 이미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올렸는데, 선진국이나 다른 신흥경제국도 근원 물가의 상승세가 향후 수개월 이어지면 역시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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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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