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1심과 같이 양모 장모씨 살인죄 인정
“치밀하게 계획한 살인범행 인정 증거 없어”
범행 잘못 인식 못하는 상태까진 아니라 판단
“사회적 공분, 사회 보호체계에도 문제” 지적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 씨의 항소심 판결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 등이 가해자의 중한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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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입양한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던 양모에게 항소심은 ‘장기 유기징역’을 선고했다. 살인죄에 해당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실제 집행중인 전체 형벌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을 선택하기 위해선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정인이 양모 장모씨 항소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성수제)는 전날 장씨에게 살인죄를 인정했다. 장씨가 상습적으로 잔혹한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했고, 급기야 장기를 훼손할 정도로 힘을 가해 정인이를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그동안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35년을 장씨 형량으로 정했다.
하지만 1심의 무기징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장씨 형량은 낮아졌다. 말 그대로 기한없이 구금되는 무기징역과 달리 35년이라는 기한이 설정된 징역형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영구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죄형균형의 원칙 등에 비춰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명백히 존재한다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이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이기 때문에 무기징역이 사실상 가장 무거운 형인 셈이다.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고하려면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하고,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죄형균형의 원칙, 책임주의의 원칙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즉, 사실상 최고 형벌인 무기징역을 선고하려면 더 신중한 판단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장씨의 살인범행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살해 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한 살인범행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전체 범죄 중 여러 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계획 살인이 가장 중한 범죄로 다뤄지는데 여기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장씨가 정인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등 사망이란 결과를 희망했다고 판단할 수 없는 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고, 증거 은폐를 시도하지 않는 등 자신의 범행이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라고까지 할 수 없는 점 ▷현재 35세로 장기간의 수형생활을 통해 성격적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범행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있다는 걸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공분에 대해 중하게 고려하지만 오로지 피고인의 양형에 그대로 투영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비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양부 안모씨에 대해선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방임·유기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형량은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을 마치면서 장씨와 안씨에게 “평생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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